
2027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의료인력 정책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간 의료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정원 확대는 어디까지나 출발선이다.
교육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졸업 후 수련 체계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그리고 지역의사제와 같은 인력 배분 정책을 어떻게 실효성 있게 설계할 것인지가 더 본질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중국 의학교육 개혁이다. 중국 의학교육 개혁은 단순한 학제 조정이 아니라 국가 보건전략과 연계된 ‘구조 개편’의 성격을 지닌다.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의학교육을 독립된 고등교육 정책이 아니라 국가 보건안보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의해 왔다.
특히 2020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의학교육 혁신 발전 가속화에 관한 지도의견(关于加快医学教育创新发展的指导意见)’은 의학교육을 ‘건강중국’ 전략의 기반 인프라로 규정하고, 인력 수급·교육 질 관리·지역 균형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묶어 설계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어떻게 구조를 설계했나
첫째, 중국 개혁의 특징은 ‘양적 확대 이후 질적 표준화’라는 단계적 접근이다.
1990년대 후반 대규모 정원 확대 이후 교육 질(質) 저하 우려가 제기되자 중국은 학제 통합과 수련 표준화를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대표적인 제도가 이른바 ‘5+3’ 통합모델이다. 5년 학부 교육과 3년 표준화된 수련 과정을 연계해 졸업과 동시에 일정 수준의 임상 역량을 확보하도록 한 구조다.
수련 과정은 국가 단위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평가·인증 체계도 정비됐다. 이는 정원 확대가 수련 체계 개편과 결합되지 않을 경우 질 관리 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시 의대 정원 확대가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금, 임상 실습 병상 수, 지도 전문의 확보, 전공의 수련 환경, 국가 단위 평가체계 등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
학생 수만 늘고 수련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원 확대와 수련 표준화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구조다.
둘째,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인력 배분 장치 제도화다.
중국은 농촌 및 중서부 지역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비 면제와 의무복무를 연계한 ‘계약형(주문형·농촌 정원 맞춤형) 일반의’ 양성 제도를 운영해 왔다.
중요한 점은 지역 문제를 졸업 후 배치 문제가 아니라 정원 배분과 교육 설계 단계부터 구조화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는 지역의사제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그러나 제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의무복무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기반 실습 확대 및 지역 수련병원 역량 강화, 장기적 경력 경로 설계, 보상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교육·수련·배치·보상이 연결될 때 정책은 실효성을 갖는다.
셋째, 다층적 인재 양성 구조다. 중국은 5+3 통합과정 외에도 8년제·9년제 통합과정을 운영하며 연구 중심 고급 인재를 별도로 육성한다.
이는 1차의료와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의사과학자와 고급 전문의를 전략적으로 양성하려는 이중 구조다. 총량 확대와 인력 유형 구분을 동시에 설계한 셈이다.
한국 역시 의사과학자, 공공의료 전문가, 지역 기반 일반의 등 유형별 경로를 중장기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총량 중심 접근만으로는 전문과목 쏠림과 연구인력 부족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주목해야 할 점은 ‘전공 단위 수급 설계’다.
중국의 국가의사자격시험 응시 가능 전공은 임상의학, 마취학, 의료영상학, 안과의학, 정신의학, 방사선의학, 소아과학 등으로 구분돼 있다.
최근에는 영상의학, 마취학, 소아과 등 인력 불균형이 심각한 분야에 대해 정원 확대와 전공 신설을 장려하고 있다. 즉, 사회 수요를 반영해 전공 단위로 정원을 조정하는 구조다.
이는 졸업 후 전공 선택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입학 단계부터 진료과별 인력 배치를 설계하는 모델이다.
한국은 단일 의학과 체제 아래에서 졸업 후 전공을 선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기피과 인력 부족이 반복되고 있다.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동일한 선호 구조가 유지된다면 필수의료 공백은 계속될 수 있다.
입학 단계에서부터 일정 비율을 필수 진료과 중심으로 선발하고, 그에 맞는 교육·실습을 강화하는 방식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정책 실험이다. 이는 단순한 강제 배치가 아니라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배출 구조를 설계하는 문제다.
숫자 아닌 구조 문제
물론 중국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제도 환경과 의료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지역 간 교육 격차와 수련의 처우 문제 등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교훈은 있다. 의학교육 개혁은 ‘정원 숫자’ 문제가 아니라 ‘구조 설계’ 문제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 의료정책은 갈등 속에 있지만 동시에 구조 개편 기회에 서 있다.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논의가 단기적 수급 조정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수련·전공 배분·지역 균형을 하나의 틀 안에서 통합적으로 설계할 때 비로소 정책은 사회적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숫자를 늘리는 일은 결단의 영역이다. 그러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은 전략 영역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후자에 대한 더 치열하고 정교한 논의다.
??2027 .
.
.
, , .
. .
20 .
2020 () , .
, .
1990 () .
5+3 . 5 3 .
. .
, , , , .
. .
, .
( ) .
.
. .
, , . .
, . 5+3 89 .
1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