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보내고 싶어도 보낼 곳이 없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는 국내 암 재활치료 현실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대한암재활학회 보험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2008년부터 전문적인 암 재활치료 활성화에 앞장서 왔다.
전재용[사진] 교수는 "암 재활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 폭이 확대되는 구조인데 손해를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더 많은 환자가 제 때 치료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수가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9.4% 수준이다. 암 진단 및 치료기술 발달로 암 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 재활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암 재활치료는 암 진행에 따라 나타나는 장애 뿐 아니라 수술과 항암치료 이후의 합병증, 영구 장애 발생을 예측하고 대비해 신체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데 목적을 둔다.
암 환자의 빠른 사회 복귀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아직 활발한 치료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 재활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국립암센터 등으로 손에 꼽는다.
환자가 불편을 감수하고 해당 병원에 가야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비 현실적인 수가체계가 암 재활치료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재활치료에 적용되는 수가는 기본물리치료, 단순재활치료, 전문재활치료로 구성된 이화학요법료인데 장비, 인건비, 재료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가 턱 없이 낮게 산정돼 있다.
암 재활환자의 경우 수가 항목이 따로 없어 단순운동치료나 복합운동치료를 적용해 치료하고 있다. 10분 이상 실시 했을 때 각각 3610원과 6200원 수준이라 현실적으로 치료사 인건비도 충당할 수 없는 구조다.
전재용 교수는 "기능재활치료 적용 대상에 암 재활환자를 포함시키는 게 암재활치료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기능재활치료 중 매트 및 이동치료는 현재 편마비, 하지마비, 사지마비, 뇌성마비 등의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사지절단자 등 이동 동작에 제한이 있는 환자에게 매트훈련, 이동훈련, 경사대훈련 및 의자차 훈련 등 30분 이상 한 경우 1만2000원 정도가 산정된다.
암상병으로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도 수가 적용 대상에 포함이 될 경우 최소한 치료사 인건비는 맞출 수 있어,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암 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적자 때문에 못 하는 상황은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재용 교수는 "최소한 현실적인 수가 구조가 만들어져야 암 재활치료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서 "조기에 치료가 이뤄지면 환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신체 기능 상실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재활학회는 대 정부 설득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암 재활수가 현실화는 암재활학회의 올해 중점 추진사업이기도 하다.
전 교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들에게 혜택이 되는 만큼, 연구 내용을 토대로 유관 기관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