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실손보험 '동침'···불편한 병원계
복지부-금융위, 공사보험 연계 추진···'기울어진 운동장' 우려감 커져
2021.01.14 05:3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연계를 예고하면서 병원들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회사와의 법적 다툼이 잦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간 연계와 협력 근거 마련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및 보험업법 개정안을 동시에 입법예고했다.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고 실손보험 상품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등 효율적인 공사보험 연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는 부연도 곁들였다.
 
개정안에는 복지부와 금융위가 공사 의료보험연계위원회를 공동으로 설치·운영하고, 관련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표면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간 협력을 통해 국민 의료비를 합리적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병원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손실률 고충을 호소하는 보험사들이 보험료 누수 차단 일환으로 병·의원 등 의료기관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사례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보험업계를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보험업계는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의료행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병·의원들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맘모톰(Mammotome)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소송전을 통해 의료기관 옥죄기에 나서는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의원을 상대로 한 보험회사의 무분별한 실손보험 소송이 늘고 있다비급여로 청구한 모든 행위를 무조건 물고 넘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들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연계 필요성 자체에 거부감을 갖기 보다 자칫 보험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손해보험협회 회장 및 임원 상당수가 금융위원회 출신 공무원들이라는 점도 병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취임한 손해보험협회 정지원 회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한 금융관료 출신이다.
 
전임자인 김용덕 제53대 손해보험협회 회장 역시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51대 문재우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49대 안공혁 회장도 보험감독원 원장 출신이다.
 
결국 보험업계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기관 출신 관료들이 퇴임 후 보험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전형적인 관피아가 보험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바른 공사보험 연계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모든 정책의 지향점에 국민이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과연 보험 정책에 있어서는 순수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 반사이익 논란도 같은 맥락이라며 반사효과가 수치로 확인됐음에도 보험료 인하 조치는 없었다고 힐난했다.
 
실제 2018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시행된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2.42%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위와 복지부로 구성된 협의체에서는 조사방식 한계를 감안, 해당 결과를 실손보험료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계 한 인사는 실손보험 관련 정책은 지나치게 보험업계에 편중돼 있다의료기관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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