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한의계 내부적으로 찬반 양론이 갈렸던 첩약 건강보험(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한의계가 입장정리를 마쳤다.
한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회원 중 63%가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 대상이었던 시범사업안보다 실제 사업에서 낮은 수가가 책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의협 집행부는 향후 ‘수가 방어’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의협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투표결과, 회원 2만3천94명 중 1만6천885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투표율 73.11%)해서 1만682명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데 찬성(63.26%)했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날 투표 결과를 공개하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투표에 붙여진 시범사업 안에 따르면 대상질환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등 3개 질환이다.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8780원 ▲조제·탕전료 3만380원~4만1510원 ▲약재비 3만2620원~6만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16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한의계 내부의견 모았지만 시범사업 수가 변동 가능성 남아...'15만원' 방어 관건
하지만 한의계 일각에선 이번 투표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투표는 지난 6월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상정된 시범사업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안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의협 전(前) 고위임원은 “그동안 한의계에서 의견 다툼이 첨예했던 수가와 대상질환 등이 본회의에서 변경된다면 이번 회원 찬반투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범사업안에 대해 의료계가 “일부 수가가 과다하게 책정됐다”고 지적하면서 본회의 상정안에선 낮은 수가가 책정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는 14∼16만원 수준인 수가에 대해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학에서 진찰료의 개념인 변증·방제료의 경우 의사들 초진 진찰료(1만6140원) 및 재진료(1만1540원)와 비교했을 때 무려 3배에 달하는 3만9000만원으로 책정,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약사회 또한 “(시범사업안 수가는) 상대가치점수로 환산했을 때 3배가 넘는 수준으로 과다하게 책정됐다”며 현행안이 확정될시 반대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의협은 기존 사업안의 수가를 최대한 방어하겠단 입장이다.
회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5만원 내외의 수준이 무너질 경우 또 다시 반대여론에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계진 한의협 홍보이사는 “회원들이 본회의 상정안에서 수가가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것을 안다”며 “최대한 원안대로 수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본회의 상정안에서 ‘상식적인 이하’ 수준으로 수가가 낮아지면 재투표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기존 수가를 지킬 수 있는 (근거자료 마련 등의) 방안을 금주 이사회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앞서 지난해 담화문을 통해 “15만원 이상의 관행수가를 반드시 보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8년 발표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에 따르면 첩약의 관행수가는 한방병원 최저평균 15만9000원~최고평균 38만4000원, 한의원은 최저평균 17만6000원~최고평균 38만6000원대다.
같은 해 한의학연구원은 한방병원과 한의원을 모두 합쳐 관행수가를 23만9000원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