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바람'. 결국 이변이 일어났다. 제37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출을 위한 긴 레이스가 노환규 당선자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25일 노환규 당선자가 선거인단으로부터 획득한 표는 총1430표 중 839표. 59%에 이른다. 노 당선자는 당초 접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결선 투표없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제37대 의협 회장 노환규는 누구
노환규 당선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연세대학교 심장혈관센터 전임의를 거쳐 아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조교수를 지냈다. 현재 (주)핸즈앤브레인 창업대표이사와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를 맡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의사 6000여명으로 구성된 자발적 임의단체로 주 구성원의 연령대는 30~50대다.
노환규 당선자는 "의사야말로 어떠한 제약도 없이 의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의약분업 선택적 시행, 의료기관 영리화, 의료수가 현실화 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전의총 활동을 하면서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 후원금 강요에 대한 논란으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자체연구소 설립과 관련해 제약사에 후원금을 요청해 논란이 된 것이다.
당시 노 당선자는 "전의총의 힘만으로 필요한 기금을 모으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 제약사들이 의료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서울시장 아들 병역비리와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전의총 노환규'→'의협 노환규' 갈등 봉합 숙제
일부에서는 그 간 전의총의 행보에 회의를 품었지만 이번 선거결과로 노환규 당선자는 의료계 전체에 변화의 불길을 당기는 데 성공한 셈이 됐다.
하지만 그 동안 노 당선자는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를 역임하면서 경만호 현 회장을 협회비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하는 등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해 말 의협 임시대의원총회 떄는 현 경만호 회장에게 계란과 액젓 등을 투척하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내부에서는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폭력은 어떠한 행위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비난은 봇물 터지듯 터졌다.
때문에 향후 의료계의 화합과 소통을 가장 절실한 과제로 보고 있는 현 시점에서 회원들의 바람을 어떻게 실현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결과적으로는 제36대 경만호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제37대 신임 회장에 노환규 당선자가 결정되면서 묘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선거는 이른바 경만호 집행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갖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전의총 vs 反전의총'의 구도는 일찌감치 형성됐다.
"강한 의협"…내부갈등 봉합에 현안 해결 등 부담 만만찮아
이로써 "권력투쟁·지역주의·권위주의의 과거 정치를 단절하겠다"는 노 당선자의 바람대로 새로운 의협이 탄생될 지 주목된다.
실제 이번 선거는 10년만에 처음 치러지는 간선제인데다 역사적 과제를 주도할 리더십을 창출하는 중대한 행사로 이목이 쏠렸다.
때문에 노환규 후보의 당선은 결코 개혁의 완성이나 종착지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이제부터 내부화합과 의료계를 위해 '진정성'을 가진 리더가 될 임무를 띠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
기존의 의협이 탈바꿈돼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이나 여전히 노 당선자의 강경 행동이나 노선 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당장 4월 선택의원제, 7월 포괄수가제 등 정부와 맞닥뜨려야 할 숙제가 가로놓여 있다.
이에 따라 그는 내부갈등을 봉합하는 한편으로 동시에 의료계를 둘러싼 정책들을 만들어가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노 당선자는 "총액계약제, 무상의료 등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막아내는 한편, 의사가 양심에 근거해 진료할 수 있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사가 자존심을 지켜나갈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고 회원을 섬기는 의협을 만들겠다"며 "단결된 힘으로 잘못된 의료제도를 되돌리 고 악법을 저지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강한 의협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