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태약 '미프진' 도입 임박···'간편한 낙태 우려'
의료계 '부작용 대비 전문의료인 관리 필수, 처방 주체·허가 방식 등 해결 과제'
2021.03.24 05:4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임신중단 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이 임박했다.

전문가들은 숙련된 전문인력에 의한 투약과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지금부터 다듬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술에 비해 간편한 방법'이란 인식과 달리 의학적 관점에서 성공률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후유증 등 임신중단이 안전하게 이뤄질 때까지는 전문 의료인의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일 현대약품은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단약물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약품은 빠른 시일 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해당 의약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콤비 제품으로 제품명이 ‘미프진’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허가 신청 단계로 제품명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의약품이 정식으로 수입되면 경구용 임신중단제의 음성적인 유통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단 희망자에게 보다 안전한 처치가 이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계 "음성적 유통 근절 다행, 전문의료인 관리 속 안전한 투약 절실"
 
전문가들 또한 미프진이 정식적으로 도입되는 것에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실정에 맞는 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처방 주체는 반드시 전문 의료인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임신중단 관련 의료행위가 관련한 전문인력은 산부인과 전문의 및 임신중단 관련 의료행위가 3년 이상인 의료인이다. 당초 학계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가 전문 의료인에 의한 처방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이유는 약물적인 임신중단 과정이 동반하는 위험성 때문이다.

미프진을 통한 임신중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복용 가능 시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복용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심각한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미프진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임신주수 10주 미만의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될 수 있다. 복약 과정에서 출혈 등을 동반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 등 투약 후 관리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미프진의 경우 성공률이 9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 수치가 결코 높은 게 아니다”면서 “특히 산모와 태아 두 생명과 관련한 임신중단은 더욱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일 산모가 임신주수를 착각하고 있거나, 임신진단 자체가 잘못됐다면 약물적 처치는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일부 의사단체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처방권한을 한정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또한 이 같은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 이라”고 덧붙였다.
 
"‘경구용 임신 중단제는 간편하다’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먹는 임신중단제가 경우 수술보다 ‘간편하다’고 여기는 측면이 있는데, 부작용이나 합병증 위험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패 확률을 고려하면 더욱 안전하게 의학적 처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미프진을 일반의약품(OTC) 같이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해당 국가들은 의료접근성이 낮은 나라로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면서 “일반 환자들도 전문가 판단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단제 자체를 가볍게 사용하지 않도록 일반인들의 도덕적 의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한정열 한국마더세이프 센터장(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뉴질랜드의 경우 미프진은 상업적인 회사가 아닌 공익적 단체에서 수입해 공급 한다”며 “임신 중단은 어디까지나 공공적인 차원에서 개인 선택을 존중하는 행위라는 뜻이 내포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처방제한-의약분업 예외품목 지정-비급여로 허가
 
개원가에선 경구용 임신중단제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처방권한을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확한 임신여부와 임신주수 확인 외에도 약물적 방법이 실패할 시 곧바로 임신중절술이 가능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처방권한을 일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경구용 임신중단제는 안전하게 임신 중지가 종료될 때까지 주의 깊은 환자관리가 필요하다”며 “약물 처방 전 심층상담을 통해 상세한 약물복용법과 복용 후 나타날 수 있는 신체 변화를 설명·관찰하고 이후 산모의 정신적·신체적인 후유증 방지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도 앞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의약분업 예외품목 지정 여부가 대표적이다. 미프진과 같은 태아에게 독성을 가지는 의약품은 예외 품목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병의원 내부에서 철저히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급여화에 대한 논의도 있다.
 
급여화 된 약품의 경우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처방기록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다. 가능한 처방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은 복용자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비급여화로 허가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란 것이다.
 
김 회장은 “미프진 같은 약물이 유독 인터넷상에서 유통이 활발해진 이유 중 하나는 산모들이 기록으로 남겨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도입시에는 최대한 의료기록이 제한적인 방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두고 다양한 쟁점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의료계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필량 이사장은 “임신중절술이 가능한 임신주수 등 앞서 낙태와 관련한 입법은 의료계 의견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며 “그러나 임신중단은 수술적·약물적 방법을 막론하고 전문가의 판단이 대단히 중요한 의료행위”라며 의료계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정열 교수 역시 “미프진과 관련해 예상되는 이슈 중 하나는 복용가능시기를 10주 이내로 하느냐, 9주 이내로 하느냐 인데, 이런 부분에선 정부가 의료 전문가 의견을 우선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경구용 임신중단제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사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처방권을 일임해야 한다는 등의 전문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허가 신청서가 접수되는 등 도입이 가시화되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할 때와 같이 필요하면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치고, 외부에 공개가 필요한 주제가 있다면 중간에 보도자료 등 여러가지 형식으로 발표 할 수 있다"며 "임신중단제의 경우 관련 규정을 정하는 모자보건법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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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품미프진 02.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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