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의대생 모임인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 모임(공의모)'이 헝가리 소재 4개 의과대학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인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 속에서 정부가 오는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키로 한 해외의사 국내진료 허용 조치(의료법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앞두고 내려진 판결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16일 공의모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이날 공의모가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외국대학 인증요건 흠결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이 마찬가지로 각하 판결을 내린 데 대한 항소였는데, 당시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공의모의 '원고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당시 "헝가리 각 대학이 국내 인정심사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한 해석을 통해 그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관계 확인을 구하는 것"이라며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구체적 법률관계나 권리의무확정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고 각하 사유를 밝혔다.
앞서 공의모 측은 2022년 3월 2일 "기존에 존재하던 인정기준 다수를 명백히 위반한 헝가리 4개 의대에 대한 인정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 신청을 접수했다.
공의모는 "헝가리는 한국 유학생에게 헝가리국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부 의사면허를 발급하고 유학생 편의를 위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등 국내 의료법이 규정한 인정심사기준에 미달한다"고 접수 계기를 밝혔다.
또 "복지부 장관의 부실한 인정 심사로 헝가리 의대 졸업 후 조건부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한국 유학생들이 우리나라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있다"며 "국내 의대 졸업 의사들의 수련·전공 선택 기회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의모 "절대 못 이길 싸움 아니다, 선배의사들이 적극 도와주시길"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공의모 측은 아쉬움을 표했지만, 계속해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지용 공의모 대표는 이날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원고 적격 문제로 각하되기는 했으나 절대 못 이길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3심이든 재소송이든 계속 진행돼야 하는 싸움이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각하는 같은 패소여도 재소송에 문제가 없다는 게 장점"이라면서도 "1심, 2심을 통해 해외의대 문제점을 의료계 선배들에게 알렸으니 그 다음은 선배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결과는 아쉬웠지만 지난 2년 간의 소송은 많은 것을 남겼다"며 "해외의대라고 하면 막연히 공부 잘해서 나오는 의대로 알려져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 알고 있다"고 돌아봤다.
승소한 판례가 있다는 점에서도 공의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수련받은 한국인 치과의사에게 보건복지부가 한국 전문의시험(교정과)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 치과전공의협회 주도로 제기했던 '치과 전문의 시험 무효 확인 소송'이 그 예다.
1심은 원고 부적격 판정으로 지난 2018년 각하됐지만 2022년 2심에서는 원고적격 인성 및 1심 판결 무효 판결이 나왔고, 두번째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승소한 바 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일 공개한 '외국의대 졸업자의 의사국시 응시 및 합격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해외의대 졸업자가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41.4%에 그쳤다.
해당 기간 내 헝가리 의대 졸업자의 경우 189명이 응시해 110명이 국내 의사면허 예비시험에 58.2%만 합격했고, 최종적으로 국가시험을 통과한 경우는 47.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