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의료 대가' 허대석 교수도 포괄수가 우려
'현장서 적정진료 이견 혼란 불가피-표준진료지침 마련 선행돼야'
2012.05.31 11:52 댓글쓰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초대 원장을 역임한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사진]가 포괄수가제 시행을 위해서는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 교수는 31일 KBS뉴스 '뉴스해설' 코너에 출연해 이 같이 주장하고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대한의사협회의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포괄수가제는 장염이나 백내장 같은 7개 질병 치료에 모든 병원이나 의원에서 같은 비용을 받는 것. 그 동안 같은 맹장염 수술을 받더라도 의료기관마다 의료비가 큰 차이를 보였던 이유는 다양한 의료행위를 하고 행위별로 수가를 산정해 의료비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1일부터는 어느 의료기관을 방문하더라도 특정 질환에 대한 의료비는 정액제로 관리돼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허 교수는 전망했다.

 

포괄수가제는 우선 맹장수술, 백내장수술, 분만 등 가장 흔한 의료행위 7개에 대해 병·의원급부터 실시하고, 내년부터 대형병원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허대석 교수는 "문제는 선진국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로 선진국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의료진에게 요구하고 있고, 책임도 의사들이 져야 한다는 점에서 반발은 피할 수 없어 원만하게 제도가 정착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한 점에서 현재 의협은 의료의 질 저하를 피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원가절감을 위해 값싼 재료를 사용하게 되고, 수술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환자를 서둘러 퇴원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행위별수가제도로는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포괄수가제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책 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허 교수는 "포괄수가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합의한 표준진료지침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맹장염 수술에도 다양한 상황이 있는데 각 상황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적정 진료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일 질환이라도 평균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중증환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도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허 교수는 "정부는 이미 오랜 기간 시범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6개월간 파업으로 의료현장이 마비됐던 혼란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허대석 교수는 "제한된 의료자원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단체와 정책당국자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조함으로써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에 금이 가게 하는 불행한 사태 없이 선진 의료제도로 발전해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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