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임상 진료현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전공의 수급으로 인해 국내 핵의학 진료 기반이 자칫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핵의학회 홍일기 홍보이사[사진]는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치료기술이 발전하고 연구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 핵의학을 학생들이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명맥이 끊어질 것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전공의 모집에서 핵의학과는 전국적으로 단 1명만 지원, 20명에 불과한 정원에도 불구하고 5%(경쟁률 0.05:1)밖에 채우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에 직면했다.
핵의학과 지원자는 몇년째 10명 내외 수준으로 그치긴 했으나 지난해 5명에 이어 올해 단 1명으로 지원자가 떨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수치라는 설명이다.
학회 측은 암 진료에 필수적인 FDG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단층촬영)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무리한 급여 삭감에 많은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일기 이사는 “FDG는 핵의학과에서 보는 진료 가운데서도 가장 비중이 높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핵의학과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전공의들이 지원해온 것인데 삭감 문제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회 내에서도 몇 년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우리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워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FDG 급여기준 개정 이후 확대된 급여대상은 거의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검사 횟수도 2014년 31만4000건에서 2017년 14만2000건으로 줄어들었다.
핵의학과 특성상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의 수가 많지 않다. 전공의가 없는 병원도 많다. 그러나 적은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지원자 수 감소가 매우 심각하다.
FDG 진료의 급여대상 확대가 인정되지 않고 기존 질환에서도 삭감이 계속되다 보니 어려운 길을 각오하고 뛰어든 전공의들도 희망을 잃고 하나, 둘 과를 떠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홍 이사는 “학생들이 관심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국시 과목이 중요하긴 하지만 몇 시간 되지 않는 강의와 실습에서도 흥미를 갖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수련과정에서도 핵의학과에는 인턴조차 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핵의학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은 것”이라며 “전공의 지원이 줄어듦에 따라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핵의학과에서는 FDG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진단을 위한 영상기법이나 전립선암 PSMA 표적 진단 등 다양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임상에 적용되는 치료법도 늘어나고 있다.
의학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연구인력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현재로서는 과(科)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 이사는 “지원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수련을 중도 포기하는 전공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학회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어렵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핵의학을 접하고 전공 선택에 주저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