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경영’과 ‘존엄케어’ 등으로 국내 병원 문화의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인덕의료재단이 이번에 또 한번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고행(苦行)을 자청했다.
국가 공인 ‘재활의료기관’이라는 어려운 문턱을 넘은 직후 내린 결정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번 고행 역시 오롯이 환자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물이다.
인덕의료재단 복주회복병원은 지난 3월 보건복지부 제2기 재활의료기관에 지정됐다. 전국 52개 병원이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통과해 전문적인 회복기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경상북도 북부에서는 복주회복병원이 유일하게 ‘재활의료기관’ 자격을 부여 받았다.
재활의료기관 입원 대상은 뇌‧척수손상의 중추신경계 질환과 고관절, 골반, 대퇴 골절 및 치환술, 하지부위 절단의 근골격계 질환, 그 외 비사용증후군이다.
재활의료기관은 일반병원보다 20~30% 더 많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고, 언어치료와 인지치료 급여화가 적용됨에 따라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획일적인 치료가 아닌 환자 증상에 맞는 맞춤형 1:1 재활치료를 집중 시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부가 인정하는 재활의료의 전문성에 더 넓은 환자군, 더 길어진 치료기간을 보장 받았기에 순탄한 길이 예상됐지만 복주회복병원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재활의료기관 지정 직후 항생제 다제내성균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인덕의료재단 이윤환 이사장이 어렵사리 직원들을 설득한 끝에 다시 한번 고행(苦行)을 감내하기로 했다.
VRE(Vancomycin-Resistance Enterococci), CRE(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등으로 대변되는 다제내성균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총들이다.
통상적으로 세균 감염시 항생제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제내성균에 감염될 경우 치료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특히 다제내성균은 통상 입원기간 중 원내 전파를 통해 감염이 이뤄지는 만큼 일선 병원에서는 이들 환자를 꺼리는 게 다반사다.
이윤환 이사장은 바로 그 부분에 주목했다. 다제내성균 환자 중에서도 회복기 재활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적잖음에도 ‘감염병’이라는 이유로 치료기회를 잃게 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 공인 재활의료기관으로서 역할 수행
내몰리는 다제내성균 환자에 손 내밀어
1일 4시간 전문재활서비스 제공, 입소문 타고 환자 쇄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입원치료 중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들을 요양병원 등에서 수용하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재활의료기관이 나선 것은 복주회복병원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들은 1주일 간격으로 3번의 음성이 나올 때까지 격리병실이 있는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한다.
특히 회복기 재활이 필요한 다제내성균 환자가 어렵사리 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을 찾더라도 대부분이 요양병원인 탓에 하루에 1시간 남짓 치료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복주회복병원은 정부가 지정한 재활의료기관인 만큼 격리병동에 재활치료실이 마련돼 있어 격리기간에도 하루에 4시간씩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비급여 항목이었던 언어치료, 로봇치료 등 모든 재활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 또한 줄어들었다.
이윤환 이사장은 “다제내성균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재활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보듬고자 한다”고 말했다.
복주회복병원의 쾌적한 시설도 다제내성균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밝은 대리석으로 호텔에 와 있는 듯한 구성의 인테리어로 쾌적한 환경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조명도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다제내성균 환자들은 감염질환으로 격리병실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추가적인 비용은 부담할 필요가 없다.
국내 유일의 다제내성균 환자를 치료하는 재활병원 등장 소식에 전국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 복지회복병원 입원환자 중 40%가 다제내성균 환자로 채워졌다.
이윤환 이사장은 “재활의료기관을 준비하면서 보다 의미 있는 길을 고민하던 중 다제내성균 환자 사연을 듣고 과감하게 결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제내성균 환자 재활은 누구도 가려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가야하는 길”이라며 “앞으로도 재활의료에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