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당뇨병 ‘대란(大亂)’이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당뇨 전(前) 단계 국민을 포함하면 2000만명 이상이 당뇨병 또는 당뇨병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환자는 10명 중 1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진료 현장에선 교육을 통한 당뇨병 환자관리 유용성이 확인된 만큼 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 및 수가 책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당뇨 관련 의약품 처방 및 기기 사용이 활성화되도록 유인 동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원규장)와 데일리메디는 19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당뇨병환자 600만시대 국가 정책 방향과 전문가단체 역할’을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당뇨병 정책 방향과 전문가인 의료계 역할 등을 공유한 이날 행사는 문준성 학회 총무이사(영남의대)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난희 교육이사(고려대의대), 김재현 환자관리이사(성균관의대)가 패널로 참여했다.
또 김종화 보험-대관이사(세종병원), 조재형 정보이사(가톨릭의대), 김남훈 수석부총무(고려대의대)가 정부의 획일화된 지원책 및 당뇨 교육 수가 문제 등으로 인한 어려움 등을 토로했다.
논의 주제는 ▲당뇨병 인식 제고 및 대책 마련 ▲1형 당뇨병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 확대 방안 및 중증 난치 질환 필요성 ▲2형 당뇨병환자 연속혈당측정기(CGM) 급여화 필요성 ▲당뇨병 교육자 인정제도 및 교육병원 인정병원 통한 질(質) 관리 등이다.
참석자들은 당뇨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도 제언했다. 특히 근래 발병자가 급증하고 있는 당뇨병에 대한 일반인들 인식 제고를 비롯해 상담·교육 수가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당뇨병학회가 만성질환관리사업 등 당뇨병 교육 구도에서 중심 축 돼야”
“당뇨 환자들에 대한 교육수가 없으면 의사 포함 의료진 뽑을 동기 없다”
먼저 김난희 교육이사는 “당뇨는 생활 습관병으로 환자가 관리를 잘해야 하고 당뇨병학회는 교육자 양성 등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올해 12월 만성질환관리제 본사업에 들어간다”라며 “앞서 만관제 시범사업에 있어서는 자료 등을 복지부에 전했지만 실제 프로그램과 교육 구도 등에 있어서는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당뇨병학회가 지난 10년 간 교육자 양성 등을 해온 만큼 이번 만관제 사업 등 교육구도에서 충분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학회가 당뇨 정책 관련 주무부서 협조 요청에 따라 때때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실제 당뇨병 교육 방식 등 교육 구도와 정책 등에 있어서는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른 참석자들은 재택의료 시범사업 방향, 만관제 중요성, 당뇨병 관리 등 업무에 있어 당면하고 있는 실제적 어려움 등의 입장을 밝혔다.
김재현 환자관리이사는 “당뇨병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면서 “특히 한국의 경우 식이요법, 운동 등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어떤 나라보다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교육수가가 없다는 것은 대만과 일본 등에 뒤처지고 있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증으로 악화되기 전에 관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환자가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원인을 안보고 있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들에 대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시범사업은 만들면서 참여에 대한 동기, 유도정책은 없는게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김종화 보험⸱대관이사는 “일부 국가는 당뇨교육이 안되면 약제급여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선 무료로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병원 지원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뇨병학회에서 10년을 넘도록 급여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등에 의견을 개진해왔지만 급여화가 되지 않았다”며 “당뇨병학회가 재교육 프로그램 등 관리에 있어 중심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형 정보이사는 “만성질환관리제도 문제는 고혈압 환자 등은 등록하는게 의사 입장에서 편하지만 당뇨병은 환자들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소외될 수 있다. 병원급을 위한 만관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케어코디네이터가 스마트코디네이터로 바뀌었지만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자체가 안되고 있어 시작이 안된다”면서 “환자와 의사를 위한 편의성이 없으니 시스템 구축이 안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훈 수석부총무는 “병원급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육자 수급 문제”라며 “이런 논의의 기저에는 당뇨 환자가 너무 많아졌고 케어할 사람이 많아졌음에도 지원에는 한정이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자 입장에서 운동방법, 약제 등 다양한 교육이 있는데, 그것을 소화할 교육자가 있느냐는 큰 문제”라며 “질환이 정체돼 있다면 상관없지만 당뇨는 그렇지 못하다”고 현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통한 수가가 생기지 않는다면 사람을 많이 뽑는 것에 대한 동기 자체가 사라진다”라며 “교육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실제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