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왜 의사에게만 유독 자정을 강요하냐고 할 수도 있다. 왜 공무원보다, 국회의원보다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냐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더 윤리적이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 바로 의사이기 때문이다.”
13일 비가 내리는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수 년 만에 의사들의 장외 집회가 열렸다.
의협의 주최로 열린 장외집회는 2007년 과천 정부 청사에서 3만 여명의 회원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의료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 회원 궐기 대회’ 이후 처음이다.
이날 전국의 의사들이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응급실 당직법 등을 저지하기 위해 모인만큼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의 의지 역시 결연해 보였다. 그는 이날 줄곧 “의사가 가격 결정권이 없다면 그 의료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궐기대회는 이재호 의무이사 사회로 진행됐다. 광주시의사회장, 각개협 회장, 병원의사협의회장, 가정의학과의사회장, 전공의협의회장, 물리치료사협회 비대위원장의 연대사에 이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포괄수가제, 응당법 등 대정부 요구안 채택 순으로 진행됐다.
‘얼어붙은 의료악법 부수기’ 퍼포먼스는 지금까지 정부가 의료계에 진행해 왔던 의료악법 등 각종 규제책으로 인해 일선 의사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노환규 회장은 이번 자정 강화 선언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피력하면서 "궐기대회를 기점으로 더욱 의료계가 결집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뼈아픈 의료현실을 국민에게 고백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뜻은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환자들은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생명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중요한 것은 의사가 양심과 윤리성을 지킬 수 있도록 그 환경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의사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달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노 회장은 “올바른 의료환경 구축을 위해 우리는 싸우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잘못된 제도에 관심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회장은 “국민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입는 피해를 알지 못한다. 우리가 고백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결코 밥그릇 때문이 아니라 정말 환자의 생명을 아끼는 의미에서, 진정성이 담긴 진실된 목소리를 국민과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이번 규탄대회를 통해 결집된 의료계의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오는 10월 7일 일산 킨텍스에서 ‘제1회 한마음 전국 의사 가족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서 의사는 물론 보건의료인, 환자들, 그리고 모든 국민이 함께 소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는 참된 의료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