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간 강간으로 입건된 의사가 타 전문직 종사자(의사‧변호사‧교수‧종교인‧언론인‧예술인)에 비해 훨씬 많아 윤리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해당 전문직 중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직종이 의사 뿐이고 판결이 아닌 입건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통계자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이 10년 간 전면 제한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이하 아청법)이 의사에 가혹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 논쟁에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검거된 6대 전문직 종사자는 118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종교인이 4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의사가 354명, 예술인 198명, 교수 114명, 언론인 53명, 변호사 15명 순이었다.[표]
강 의원은 특히 의사들의 강간범죄가 타 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해 급증한 것에 주목했다.
자료에 따르면, 강간죄를 저지른 의사는 2008년 43명에서 2010년 67명, 2012년 83명으로 4년 새 93%나 증가했다.[표]
이에 강 의원은 “몸이 아픈 환자들은 의사에게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맡기게 된다. 또 의사들은 수면유도제, 모르핀 등 각종 약물을 다루기 때문에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사 집단에 고도의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요구하는 한편, “진료실 및 수술실내 성범죄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흥미 유발 포퓰리즘적 접근 위험”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접근”이라고 못 박았다. 전후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흥미로운 사건의 일부분만을 발췌해 부각했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가장 강하게 항변한 부분은 앞서 언급한 자료가 사법적 판단을 거치지 않은 ‘입건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입건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개시하는 것으로, 사법적 판단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즉, 지난 5년 6개월 동안 1181명의 의사가 실제 강간 ․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실제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는 자료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의사의 범죄 혐의가 입증된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는 것.
특히, 변호사․교수․종교인 등 6개의 전문직 중 직업상 신체 접촉이 필수적인 직종은 의사뿐이다.
성범죄의 범죄 성립 요건으로 피해자의 수치심 등이 주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가 직업적으로 성범죄 오인 가능성에 가장 높게 노출돼 있는 것이다.
또 의료계는 2011년 성범죄가 줄었지만, 2012년 다시 증가한 원인으로 아청법 악용 가능성도 열어 놨다.
성인 대상 일반 성범죄도 적용되는 아청법이 2012년 시행됨에 따라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10년 간 의료기관 취업․개설이 불가능하다.
이에 의사는 성범죄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고 상대방이 이를 빌미로 고소, 합의를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어 성범죄 관련 고소․고발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고위 관계자는 “늘어난 고소․고발에 대해 만약 실제 사법적 판단에서 성범죄가 줄었다면 이는 그간 의협이 주장했던 아청법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직종별 특징과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통계자료가 활용되는 것에 대해 “‘아니면 말고’식의 이슈 만들기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국정감사라는 것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기회인데 왜 해야 하는지 목적 없이 이뤄지는 통계 발표는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