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보험업계, 충돌 빈번 '심상찮은 기류' 형성
보험회사, 손해율 커지면서 '과잉진료' 등 타깃 병·의원 옥죄기 수위 높아져
2019.12.27 05: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기획 1]최근 실손보험 손실률 고충을 호소하는 보험회사들이 보험료 누수 차단 일환으로 병·의원 등 의료기관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의료행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병·의원들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초 맘모톰(Mammotome)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대규모 소송전을 진행 중인 보험업계는 연일 과잉진료 문제를 제기하며 의료기관 옥죄기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다. 의료계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보험회사들 행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각 사안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탓에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일리메디가 이를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대한병원협회는 금년 7월 ‘실손보험 진료비 분쟁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실손보험비 지급을 둘러싼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였다.

진료현장에서 이뤄지는 건강보험 비급여 행위에 대해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의료기관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통에 병원들은 ‘노이로제’를 호소한다.

맘모톰 소송이 대표적이다. 맘모톰 시술은 유방조직검사를 하면서 진공 흡입기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해 유방 조직을 잘라 적출하는 진단법이다.

유방 병변을 흉터 없이 제거함과 동시에 조직검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산부인과 개원가는 물론 병원들도 흔하게 시행해 왔다.

하지만 보험회사들은 “맘모톰 시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지 않은 새로운 의료행위인 만큼 실비보험으로 청구한 것은 위법하다”며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소 당한 병원이 100여 곳이 넘고, 소송 규모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송은 형사와 민사가 함께 진행 중이다. 형사소송은 사문서 위조 행위로 청구됐다. 병원이 맘모톰 시술을 하고 다른 시술명을 적어 환자들이 실비보험을 청구하게 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은 부당이득금 반환으로 진행 중이다. 부당하게 청구해 이득을 본 만큼 해당 보험금을 토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 있던 맘모톰 시술은 금년 8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지만 대부분의 소송이 그 이전에 이뤄진 만큼 제도적 구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맘모톰 소송 첫 재판에서 병원이 완승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향후 진행될 다른 재판이 즐비한 만큼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월 13일 삼성화재가 목포기독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보험회사가 환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모든 환자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소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맘모톰 외에도 의료기관을 상대로한 보험업계의 소송은 부지기수다. 의료계에서는 “보험회사와 법정다툼을 벌이지 않는 병원은 없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병·의원을 상대로 한 보험회사의 무분별한 실손보험 소송이 늘고 있다”며 “비급여로 청구한 모든 행위를 무조건 물고 넘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솟는 손해율, 다급해진 보험업계
보험업계의 이러한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손보험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실손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특정 질병에 대한 실제 의료비를 보장하는 식이었다.

1999년부터 손해보험사들이 전체 질병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과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실손보험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입률이 높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생명보험사들도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보험업계 내에서 판매 경쟁이 붙은 셈이다.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100% 보장, 마지막 기회’라며 절판 마케팅에 나섰고, 뒤늦게 가입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4년 3000만명을 돌파한 후 2018년 3400만명, 2019년에는 3800만명을 넘기며 ‘국민보험’으로까지 불리게 됐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3155만명이다.

가입자 급증은 보험회사들의 손해율 문제로 이어졌다.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보험금 지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 기준으로 2011년 이후 8년 동안 120% 이하로 손해율이 내려간 적이 없다. 올해는 130%를 넘겨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산했다. 액수로는 1조7000억원 규모다.

손해율이 높아진 만큼 보험료를 충분히 인상하지 못한 것도 손해율 악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2018년 실손보험료가 동결돼 갱신주기 3~5년 상품의 경우 최장 5년까지 보험료가 묶였다.

실손보험 적자가 커지면서 올 상반기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48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결국 보험회사들은 “실손보험은 판매할수록 손해”라며 고충을 호소했고, 손해율 급증 원인을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로 지목하며 옥죄기 전략을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문재인케어 탓하다 된통 당한 보험업계
보험업계의 시각은 이렇다. 실손보험이 성인인구의 95%가 가입한 ‘국민보험’이다 보니 대부분의 병원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그에 따라 처방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는 시각이다.

병원들이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처치를 장려하거나 고액의 진단이나 치료장비 사용을 권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 부담이 없고, 병원으로서는 비급여 수입을 챙길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성립되는 셈이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패러다임 탓에 보험료 지급액이 늘어났고, 손실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손실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문케어 시행의 풍선효과가 보험업계에는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전환돼 수익이 줄어들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병원들이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거나 건수를 늘리면서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오히려 문케어 시행으로 보험회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일침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실손보험의 지급 보험금 감소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지난해 손해율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7년 123.2%에서 문케어 시행 이후인 2018년 121.8%로 1.4% 줄었다.

보험업계는 “특정 기간의 손해율로 문재인 케어의 효과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총체적인 손해율 추세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보건사회연구원, 보험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공사보험정책협의체는 오히려 보험료 인하를 권고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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