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감염병전문병동 준공 예정
국내 첫 민간기관, 상시 감염병 대응체제 구축···계획적인 격리공간 배치
2021.12.22 16:3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내에서 민간병원이 운영하는 시설 중 가장 규모가 큰 감염관리 전문시설 이 연말 준공된다. 서울아산병원이 건립을 추진 중인 ‘감염관리센터(CIC)’이다. 

CIC는 앞서 'I동'이란 가칭으로 알려졌다가 최근 정식 명칭이 확정됐다.
 
감염병 전문시설 필요성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 전국 규모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국가지정격리병상만으로는 모든 환자를 안전하게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시설은 운영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평상시에는 수요가 많지 않다. 때문에 대형 병원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를 어려워했다. 사실상 적자 운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아산병원의 새 시설 I동은 우리나라 감염병 대응 능력을 한층 제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면적 6800평·음압격리병상 28개 추가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9월 CIC 건립 공사의 첫 삽을 떴다. CIC는 주차동(P동), 심뇌혈관 중환자실 등 특수병상 중심 병동(D동)과 함께 지난 2019년부터 병원이 준비해온 대규모 증축계획 일부다. 
 
당초 건립 계획을 발표한지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면 계획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감염병 환자뿐만 아니라 중증급성호흡기 환자도 일반 환자와 달리 CIC에서 선제적인 진료를 받게 될 예정이다.
 
일찍이 서울아산병원은 한정된 부지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어떤 진료과 의료진 몇 명이 어떻게 배치될지, 또 어떤 질환을 어느 공간에서 다루게 될지 세세한 부분까지 챙겼다.
 
대형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설에 대한 세부적인 청사진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CIC는 평상시에도 모든 병상을 격리환자 중심으로 운영한다.
 
일반적인 국가지정격리병상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만 가동되지만 서울아산병원 CIC는완전한 ‘감염병 상시 체제’다. 
 
CIC는 연면적 2만2479㎡(6800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건립된다. 음압격리병상은 28병상이 추가된다. 기존 보유하고 있던 격리병상 6개를 합하면 서울아산병원의 음압격리병상은 총 34개가 된다. 국내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은 수다.
 
병상은 단계별로 2단계에 걸쳐 격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유사시 환자들의 동선을 용이하게 바꿀 수 있고, 또 셔터를 내려 필요한 구역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그야말로 감염병에 ‘맞춤형 시설’을 설계한 것이다. 
 
응급실에는 음압관찰실(29병상)과 경증구역(12좌석)의 수용 병상이 들어올 예정이다. 음압구역의 경우 일반 병실과 또 분리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음압시설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평소 소음 등이 발생하는데, 일반 환자가 사용하는데 있어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
 
주요 시설로는 ▲음압수술실과 ▲음압CT 촬영실·진단검사실 ▲감염내과 외래 진료실 6실 등이 새롭게 구축된다.
 
건물 지하는 멸균실과 폐기물 처리실 및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건물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폐열 회수 환기장비 및 태양광 설비, LED 조명도 도입될 계획이다.
 
CIC의 가장 큰 특징은 응급실 내원 단계부터 감염 혹은 의심 환자를 별도 수용할 수 있는 점이다. 실제 진료를 받게 될 때도 감염 확산 위험을 완전 차단한다.
 
서울아산병원 본관과의 동선 연계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환자식의 경우 감염병 전문시설에서 만들기는 어려우며, 의료진 또한 본관과 새 시설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 잦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소모되는 불필요한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히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CIC는 기존건물인 서관과 연결돼 의료진으로 하여금 실내 동선을 확보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 밖에 감염에 민감한 시설인 만큼 폐기물 처리를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신경을 기울였다.
 
연결된 아산병원 지향, 녹지공간 등 ‘건축적 요소’ 심혈
 
CIC의 또 다른 주목 포인트는 ‘첨단 의료건출시설’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의 사실상 ‘마지막 증축’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건축적인 요소에서도 차별화를 이룰 것이란 자신이다.
 
앞서 공개된 설계안은 ‘Connected ASAN’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만의 독특한 자산인 ‘중앙공원 녹지’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기능과 기능이 연결돼 모든 것이 하나 되는 아산을 만들겠다는 것이 주 목표다.
 
세부 키워드는 ‘Easy Flow’, ‘Smart Grid’, ‘Future Now’, ‘Sustainability’ 네 가지다.
 
Easy Flow는 원활하게 순환하는 동선계획, Smart Grid는 기존 질서를 존중하는 공간계획, Future Now는 미래지향적인 외관계획, Sustainability는 지속가능한 외부공간 계획을 뜻한다.
 
새 건축물은 크게 3가지 원칙 하에 건립됐다.
 
우선 앞서 언급한 ‘연계’다. 조닝(Zoning)이란 키워드 아래 기존 의료시설과의 통합 연계를 위한 근접배치와 함께 적극적인 연계 및 융통성을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조닝은 건축 설계에서 공간을 사용 용도와 법적 규제에 따라 기능별로 나눠 배치하는 일을 뜻한다.
 
다음으로는 조화를 원칙으로 기존배치 축선, 건물 전면성, 통경축 등을 이용해 기존 공간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배치를 지향했다.
 
마지막으로 통합이란 원칙 아래 쾌적성을 고려한 외부공간 계획으로 단지를 전체적으로 연결했다.
 
프로젝트 내 동선계획에서도 연결성이 강조됐다.
 
차량동선 계획에서는 기존 교통시스템을 최대한 유지하고 단지 내 차량 동선이 교차 배제되는 것을 막는 목표로 정했다.
 
환자 및 보호자들 보행 동선은 지하시설로의 다양한 접근을 제공하고 기존 건물들과 신축건물이 지하로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CIC 건립과 관련, 앞서 박승일 병원장은 “코로나19 등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병원을 찾는 여러 중증환자들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자신했다.
 
감염관리실장을 맡고 있는 김성한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안전을 빈틈없이 지킬 수 있도록 효율적인 감염병 대응 및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병원에 따르면 CIC는 계획대로 연말 준공 예정이다. 정식 운영은 내년 2~3월께 시작된다. 현재 병원은 새 시설을 이끌 조직을 구성하는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CIC 운영을 관장하는 직책이 센터장이 될지, 혹은 그 밖의 다른 명칭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감염병 사태에서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겨울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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