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병원' - 약품비 결제 - 느긋한 '도매'
자율개선안 제시 묵묵부답 일관…병협, 정부 중재 요청
2013.09.23 20:00 댓글쓰기

약품비 조기지급 법제화를 놓고 병원계와 도매업계가 상반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애가 타는 병원은 계속 유인책을 제시해 보지만 도매업계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형국이다.

 

‘결제기일 3개월 의무화’를 골자로한 약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표류중으로, 조만간 논의가 재개될 예정이다.

 

지난 6월 병원계와 도매업계가 자율적 개선안 마련을 추진키로 한 만큼 그 결과물을 보고 추후 법안 타당성을 논의키로 한 상태다.

 

때문에 결제기일 법제화에 부담을 느끼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복지위 법안심사 재논의 전까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제화를 강력 희망하는 도매업계는 강제성 없는 자율적 개선에는 별다른 의지가 없어 합의점 도출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대한병원협회와 한국의약품도매협회는 지금까지 수 차례에 걸쳐 약품비 조기지급 자율개선안을 논의했지만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번번히 실패했다.

 

병원협회는 법제화 대신 대금 지급기한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각 병원별 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결제기간 현황을 관리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법적 강제화 방안으로는 약사법 개정안 보다는 현행 의료법을 통한 규제가 가능한 만큼 새로운 입법이 불필요하다고 전했다.

 

병협이 제시한 자율개선안의 핵심은 약품비 평균 결제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시키는 것이다. 약사법 개정안에 명시된 3개월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규 대금의 경우 거래일로부터 6개월 이내 지급하고, 기존 대금의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까지는 기존 지급방식을 유지하되, 그 이후로는 1/2로 축소 지급한다는게 골자다.

 

하지만 도매협회는 그 동안 의약품 대금 결제기간 장기화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돼 왔지만 자율적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던 만큼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도매협회가 요지부동으로 나오자 병원계는 정부와 국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자율 개선을 노력하고 있지만 도매협회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일종의 하소연이다.

 

병협은 최근 자율개선안 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청했다.

이는 향후 약사법 개정안이 복지위 법안심사에 재논의될 경우 병원계는 자율적 개선 노력을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매협회 때문에 불발됐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실제 병협은 “실효성 있는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도매협회와의 원활한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도매협회는 심도있는 논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병협의 행보에 대해 도매업계는 법제화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약품비 결제기한 단축은 해묵은 주제”라며 “병원들이 진정 개선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어떻게든 법제화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며 “과연 병협이 주장하는 실효성 있는 대안의 의미가 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위원장(민주당)은 지난해 의약품 결제기일 3개월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의료기관이 3개월 내 의약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연 40% 이내 이자를 지불하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최대 폐쇄까지 가능토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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