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산 넘어 산이다. 각 병원 4년 차 전공의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21일 의료현장에 큰 혼란은 없었으나, 각 병원에서는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폭풍전야’를 대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전체 전공의들이 2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을 뿐만 아니라 전임의(펠로우)도 오늘(24일) 집단행동에 순차적으로 나서면서 수술·진료 등에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 병원들은 교수 등을 투입해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지만, 봉직의도 ‘연가투쟁’을 예고한 바 있어 상황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BIG5병원은 물론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지방거점 국립대병원, 중소병원 등에서 ‘의료대란’은 없었다.
문제는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로 줄줄이 예정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임의, 봉직의, 개원의 등의 총파업이다.
대전협은 이날 4년 차 전공의를 시작으로 22일 전공의 3년차 업무 중단, 23일 1·2년차 업무 중단 등 전체 전공의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총파업을 위해 일시적으로 조직된 전임의 협의체인 대한전임의협의회(이하 전의협)도 오늘(24일)부터 단체 행동을 시작해 26일에는 전국 모든 병원에서 총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전의협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로 예정된 개원의들의 총파업과도 발을 맞춘다. 전의협의 총파업 역시 대전협과 마찬가지로 ‘무기한 총파업’이다.
대형병원 내 총파업으로 인한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됐던 봉직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회(병의협)도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의약분업 투쟁 후 20년 만의 대규모 대정부 투쟁 참여를 선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된다면 대학병원 내 의사는 전문의·교수 등을 제외하고는 공백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수련병원들은 총파업에 참여하는 전임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각 임상과에서 자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에 있는데, 닥쳐봐야 안다. 오는 24일부터 수술을 줄이거나 입원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했고, 삼성서울병원도 “다음주 수술 일정을 연기하고 있고, 22일부터는 신규 입원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등은 각각 “전임의 총파업 계획이 없다”거나 “참여 인원 규모를 파악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참여 인원을 파악하지 못 했다면 의료대란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립대병원 상황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남대·전남대·충남대·충북대·부산대병원 등은 전임의 인원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 한 상태다. 전북대병원은 ‘비상체제’를 가동할 예정이고, 제주대병원도 ‘긴급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경북대병원은 전문의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원대·경상대병원은 진료 및 수술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병원 “소속 전임의는 소수라 진료 등 영향 제한적”
단, 중소병원의 경우 소속 전임의 수 자체가 많지 않아 이들의 총파업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더욱이 중소병원 전임의 중에는 전의협과 연계돼 있지 않은 곳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일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김포우리·대구보훈병원은 전임의들이 아예 없었다.
광주기독병원 관계자는 “전임의가 소화기내과에 5명 있는데, 이들은 주로 내시경센터에서 근무 중”이라며 “내시경센터에서 제한적으로 영향이 있을 테지만, 외래진료가 없는 과장들이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병원도 “전임의가 1명에 불과하다”며 “집단행동에 나선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단 전공의 27명·인턴 9명 등이 근무하고 있는데, 전부 파업에 나서고 장기화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