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결
대법원
사건 2019도19164 업무상과실치사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세승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2. 6. 선고 2018노2260판결
판결선고 2020. 3. 12.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A소아청소년과에서 소아심장 분야를 전문분야로 하여 근무하는 전공의로서 소아청소년과 환자들에 대한 진료, 수술, 투약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6. 6. 29. 9:30경 피해자(여, 4세)에게 폐동맥 판막 협착 증세의 개선을 위해 풍선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기로 하고, 피해자의 오른쪽 골반에 구멍을 뚫고 유도철선을 통하여 풍선을 피해자의 주폐동맥 판막 부위까지 집어넣은 후 위 풍선에 액체를 수회 넣었다 뺐다하면서 혈관을 넓히고 이후 11:09경 풍선도자에 스텐트를 입힌 후 이를 유도철선을 따라 삽입하던 중 주폐동맥 판막 부위 입구에서 턱에 걸려 더 이상 스텐트가 삽입되지 않아 힘으로 밀어 넣었는데 그 압력으로 스텐트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변형이 생겨 더 이상 삽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며, 이에 스텐트를 다시 제거하기로 판단하여 빼내던 중 골반이 있는 외장골 정맥 부위에 이르러 더 이상 스텐트가 빠지지 않게 되었다.
당시 피해자는 폐동맥 판막 협착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증세를 보이는 4세 소아로 심장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 있었고, 위와 같이 스텐트 삽입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미는 압력에 의해 스텐트가 혈관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되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스텐트가 빠져나오는 혈관에 손상을 주지않도록 하여 출혈로 인한 합병증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여야 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스텐트를 빼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잡아당기고, 한편으로 스텐트 제거를 위해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를 사용하다가 올가미 2개가 체내에서 끊어지는 등 같은 날 11:50경까지 약 41분간 무리하게 수술 없이 스텐트 제거를 시도한 과실로, 스텐트 갈고리에 걸려 피해자의 외장골 정맥이 파열되고, 대퇴쪽으로 구겨지게 되는 등 혈관 손상을 입혀 그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게하고, 이후 약 3시간이 지난 15:00경이 되어서야 같은 병원 이식혈관외과 의사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스텐트 제거 및 강선 제거술, 총장골정맥 및 외장골정맥 단단문합술’을 시행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위 수술을 마치고 2016. 6. 29. 19:00경부터 같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16. 6. 30. 3:35경 같은 병원에서 불응성 대사성 산증으로 파종성 혈관내 응고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은 ①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다가 실패하여 이를 제거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술 없이 스텐트 제거를 시도한 과실이 있는 점, ②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스텐트가 빠져나오는 혈관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하여야 함에도 위와 같은 과실로 피해자의 외장골 정맥이 파열되고, 대퇴쪽으로 구겨지게 되는 등 혈관 손상을 입게 한 점 ③그 과정에서 발생한 출혈로 심기능이 악화되면서 심부전, 부정맥 등으로 사망에 이른 점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나.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의료행위에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의 의료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보아도 달리 피고인의 의료행위 과정에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1) 스텐트 삽입 과정에서 스텐트의 변형 등으로 더 이상 삽일할 수 없어서 이를 제거하여야 하는 경우에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를 사용하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수술을 피할 수 있어서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바, 바로 수술로 제거하지 않고 고리형 카테터를 사용하여 스텐트를 제거하려고 시도한 데에 피고인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스텐트를 그대로 둘 경우 부정맥, 혈전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스텐트를 심자엥서 가능하면 말초혈관으로 이동시킨 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한바, 그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은 스텐트를 대퇴정맥까지 이동시키려고 하였다.
(3) 피고인의 의료행위 이후 피해자의 정맥혈관이 파열된 상태로 스텐트가 노출되어 있었고 스텐트의 갈고리에 외장골 정맥이 걸린 상태로 대퇴쪽으로 구겨진 상태였다고 하나, 이는 스텐트를 (2)항과 같은 이유로 대퇴정맥까지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혈관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이를 무리하게 하였다면 하대정맥부터 장골정맥 등 상위부가 모두 손상되었을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4) 수술로 스텐트를 제거하였던 의사는 이 법정에서 손상된 혈관에 대해 손상 부위가 굉장히 짧았고 거의 2~3mm도 안 되는 부위 정도의 손상이었기 때문에 단문문합술로 가능하였다고 진술하면서 무리하게 하였다면 혈관 손상 부위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5) 고리형 카테터는 올가미 철사줄로서 약한 부분에서 끊어지는 경우도 있는바, (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부정맥에 손상이 없어서 고리형 카테터가 끊어진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무리하게 스텐트를 제거하였다고 볼 수 없다.
(6) 피해자는 대혈관전이의 두 번 수술과 심한 폐동맥 협착으로 심장에 이미 부담이 있었던 상태여서 심각한 부정맥과 심기능 부전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던바, 피고인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심각한 출혈이나 무리한 혈관 손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출혈이나 혈관 손상이 피해자의 사망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