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某의료기관 전직원을 대상으로 환자경험 관련 교육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환자경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심한 일이다”, “하지 않으면 좋겠다”, “직원을 착취하는 일이다” 등의 응답이 관찰됐다.
다행히 교육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바꿨을 것이란 기대를 하면서도 씁쓸함과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이러한 대답이 나오는 현상은 많은 것을 시사하지만 그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우선은 의료서비스에 종사하는 직원이 본인의 일에 대한 의미와 자세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는 것을 시사한다.
즉, 의료기관에서 환자경험관리 또는 환자 응대 서비스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식당·카페·항공 등의 서비스 직종과 동일하다. 필수적인 사항이라는 의미다.
해당 직원은 아마도 식당이나 카페·항공 등 인적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업종을 이용하는 고객이 되는 입장에서도 그러한 좋은 응대를 한심한 짓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대인 서비스에서는 서비스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예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부정하는 태도는 이를 추진 중인 직원이나 부서를 폄하하는 것임과 동시에 본인의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경영진 또는 병원과 직원 간 신뢰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평소 직원 경험에는 무관심하고 환자에게 잘 하기만 바라는 병원장도 실제로 많다.
이러한 경우는 직원이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없기에 결국 병원이 잘되는 방법인 환자 경험 관리 또는 환대의 필요성은 남의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경영진이 직원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 왔고, 병원의 인사·운영 제도와 방법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수용적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급여는 동급의 타병원에 비해 낮은 편이면, 인력은 부족하게 되고 직원들은 업무 과중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병원장이 늘 환자들의 불친절 민원에 대한 책임이나 개선을 요구한다면 어떤 직원도 이 직장에 충성도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능력 있고 일 잘하는 직원은 다 이직하고 이런 상황에 아부하고 내부 정치에 능숙한, 갈 곳 없는 직원만 남게 된다.
따라서 경영진은 나에게 충성하는 직원이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지표로 삼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우수 직원의 비중으로 판단해야 한다.
환자 경험관리·응대, 호텔·항공사 서비스하고는 달라
세 번째 주목할 점은 환자 경험관리 및 응대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존 CS 교육은 일방적인 정형화된 답을 요구해 왔다.
의료 전문가들의 현장을 무시한 채 호텔이나 항공사, 백화점 서비스 응대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일단 대부분 이과 전공자이고 자격증과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병원에 오는 환자들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즐기러 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고 배려이자, 위로와 공감일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병원 CS는 예의보다 친절을 강조했고, 그 친절의 모습은 밝고 환하게 웃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고객을 대하는 즐거운 순간을 누리는 호텔이나 놀이공원의 서비스를 따라한 것이다.
이는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 전문가들 자존심을 저하시켰고, 그들을 고객보다 낮은 존재로 위치 시켰던 것이다.
사람을 응대하는 순간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지나가다 길을 묻는 모르는 사람에도 지켜야 하는 필수적인 사람에 대한 자세다.
마지막으로 해당 직원이 자신의 직장을 폄하하는 것은 분명 불행한 일이다. 사람은 현재의 직장이 미래에 나의 과거의 직장이 되고 나의 경력이 된다. 내가 다녔던 직장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의미이다.
환자경험에 대해 부정적 응답이 포착된 곳은 경기도 소재 지역거점 종합병원이었다. 종합 병원은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대학병원은 아니다.
해당 직원은 대학병원 또는 빅5병원을 갈수도 있는데 해당 병원을 다녔던 것은 아닌 경우로 추측된다.
좋은 직장은 일단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병원이고, 직원들 채용 기준이 타 병원에 비해 높으며, 급여와 복지 등이 좋은 곳일 것이다. 따라서 평판이 좋아서 가고 싶은 직원이 많은 곳이다.
병원 잘 되는 일=자신을 위한 일···인사 기반 조성 후 직원에 요구 필요
내가 다니는 병원이 잘되고 성장하고 평판이 좋아지면 그 직장을 다니는 나도 평판이 좋아지고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다.
따라서 병원이 잘되게 하는 일은 원장님이나 경영자를 위한 일이 아니고 직원 자신을 위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만약 그럴 가치가 없는 병원이라고 판단된다면 그 직장을 당장 떠나라!
최근 환자 경험평가 확대로 각 병원이 환자경험 관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어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는 직원 경험관리를 통해 환자 경험이 좋아진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이는 서비스 경영 이론에서 증명된 내용이다.
지나치게 직원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되지만 이를 위한 기준과 행동 지침을 만들고 이를 제시하면서, 그 결과가 우리와 우리 병원을 위하는 길임을 직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필자는 직원에게만 친절을 요구하는 병원은 컨설팅을 하지 않는다. 인사 제도 및 운영 등 합리적인 기반을 다져놓고 직원에게 환자경험 관리를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이 사람에게 예의가 없거나 무례한 경우에는 직원 교육을 제안한다. 이는 직업에 대한 이유도, 직장에 대한 이유도 아닌 사람에 대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에게 존중과 예의를 갖춰야 한다. 직원·경영진·환자, 그게 누구든 간에 말이다.
7월 더운 날 출장길에서, Janice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