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수렴하고 있는 ‘보건사업 분야 개선 추진계획’을 두고, 의료기기업계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지난 5월 초부터 복지부는 보건산업 육성증진을 저해하는 규제 중 개선 가능한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 제약 · 의료기기 · 화장품 등 분야별로 받고 있으며, 주요 규제에 대한 예시까지 명시했다.
이 중 의료기기의 경우 업계에서 크게 논란이 됐던 신의료기술평가제도와 간납업체 관련 규제 2가지가 주요 예시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일부 의료기기 업체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식약처로 이관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복지부의 자구책이라고 반발했다.
그 동안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업계로부터 허가 체계 간소화 또는 일원화가 수 차례 요구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각자의 업무 범위에서 3중 검토를 하는 현행 체계는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미국 FDA나 유럽 CE의 경우 판매허가를 승인 받은 제품은 현장에서 해당 기술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으로 지정될 경우 부족한 임상 데이터 등의 요인으로 최종 통과까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전에는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난관에 봉착한다”며 “기껏 개발한 기술이 허가 문제에 발목을 잡혀 사장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여러 번 촉구해왔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6~7년 전부터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허가 체계 개선에 대한 민원을 제기해왔지만, 아직까지 개선된 사항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근거해 일부 업체에서는 갑자기 복지부가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예시로 들면서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이유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무총리실 소속 처로 승격된 식약처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대한 업계의 불만을 복지부가 파악하지 못했을리 없기 때문에 규제 개선을 하려면 진작부터 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업계가 막무가내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허가 체계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를 왜 묵살해왔는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물론 규제 개선 관련 의견을 정례화해 받아오지는 않았다”며 “그렇다고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다. 의료기기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번 규제 개선 요청 과제 과목 제출 마감기한이 불과 열흘이 채 안 되는 오는 10일까지로 예정된 점에 대해서도 ‘생색내기용’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같은 의료기기 대표 단체들은 그동안 축적된 자료가 있을 것”이라며 “개별 업체들에게 의견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표 단체들에게 수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간 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매번 말로만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업계가 요구하는 사항을 정책에 반영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부처 별 권한 다툼에 괜스레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