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하위법령 작업을 앞두고 의사들의 격한 정서가 드러난 조사결과가 공개돼 관심을 모은다.
일단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되돌릴 수는 없게 됐지만 하위법령은 의사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 하는 내용으로 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6일 의사회원 23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술실 CCTV 설치법’과 관련한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진행된 것으로, 당시 의사들의 반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구소는 △CCTV 설치법에 대한 의견 △본인과 가족의 수술장면 촬영 여부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 △CCTV 설치시 수술실 폐쇄 의향 등을 물었다.
먼저 ‘본인이 원장이라면 CCTV 설치가 의무화될 경우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46.2%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오’라는 응답은 50.1%였다.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의사들 보다는 비수술의사들이 더 격한 모습이었다. 실제 수술의사 중 수술실을 폐쇄하겠다는 응답은 46.2%였지만 비수술의사는 53.5%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위법령은 의료인 기본권 침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설계 절실"
‘본인과 가족의 수술장면을 CCTV로 촬영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라는 질문에는 86.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예’라는 응답은 13.5%에 불과했다.
수술의사는 89.1%, 비수술의사는 84%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수술의사의 경우 비수술의사에 비해 본인과 가족의 수술 촬영 거부 의사가 높았다.
‘CCTV 설치 외에 가장 효율적 대안’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8.3%가 ‘대리수술 처벌 강화’라고 답했다.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는 21.8%로 뒤를 이었다.
‘대리수술 등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와 관련해서는 39.2%가 ‘징역형’이라고 답했고, ‘벌금형’이라는 응답자도 31.3%로 집계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러한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수술실 CCTV 설치법 하위법령 마련시 검토돼야 할 여러 사항을 제안했다.
우선 수술실 CCTV 촬영 요청권한은 원칙적으로 환자에게 국한시키고,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보호자의 요청권을 인정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촬영 거부 정당화 사유도 심리적 위축과 긴장에 따른 과실 발생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의료인의 촬영 거부 정당화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영상정보 보안의무와 관련해서는 의료기관의 안전조치에도 영상이 유출될 경우 의료기관과 환자 간 분쟁으로 발생할 사회적 손실에 대해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봉식 소장은 “하위법령은 의료인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2년 유예기간 동안 법안이 지난 문제점과 역기능이 제대로 파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