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 예외 조항을 놓고 전공의 수술 참여에 대한 세부 방안이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환자 측에서는 자칫하면 병원이 촬영 회피를 위해 전공의를 악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의료계에서는 반대로 환자들이 CCTV 촬영을 위해 전공의 수술 참여를 거부할 수 있어 수련의 질 저하가 걱정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의료계 및 전문학회, 환자‧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수술실 CCTV 설치방안 및 하위법령안 마련 협의체’ 2차 회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8월 말 모든 의료기관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촬영 적용 대상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로,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23년 9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날 협의체 회의의 주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시행에 앞서 하위법령 제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다.
핵심적으로 논의된 항목은 ‘예외 조항’이었다. 통과된 개정안에 따르면 CCTV 촬영 거부 사유로 ‘응급수술’ ‘위험도가 큰 수술’ ‘수련병원 목적 달성 저해 우려’ 등 3가지를 인정한다.
그중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수련병원 목적 달성 저해의 범위였다. CCTV 촬영 예외 사례에 전공의의 수술 참여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가 핵심이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 하위법령 설계를 맡은 장성인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3가지 예외 사유 중 응급수술의 범위에 대해서는 ‘응급의료법’이라는 기준이 될 법이 있어 큰 이견이 없다”며 “위험한 수술의 경우 관련 법령이 없고 과마다 위험도에 대한 해석이 달라, 다소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 부분은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련 저해와 관련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며 “전공의 참여 수술에도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전공의가 단순 참관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조를 맡거나 부집도 또는 집도를 하기도 한다. 어디까지 예외 사유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예외의 폭을 너무 넓게 설정할 경우 의료계와 환자 측면 모두에게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나왔다.
우선 전공의 예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면, 의료계가 수술 CCTV 촬영 회피를 위해 전공의 참여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자칫하면 전공의가 많은 대형병원에서는 CCTV 의무화 법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에 따라 환자들이 자신들이 받을 수술에서 전공의 참여를 꺼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CCTV 촬영을 희망하는 환자들이 전공의가 수술에 참여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전공의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전공의 참여에 따른 CCTV 촬영 예외 사유를 너무 협소하게 둘 경우, 예외 규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앞서 장 교수는 “의료계와 환자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모법 취지에 맞는, 실효성을 갖춘 하위법령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의료계를 포함 다향한 의견을 잘 수렴하겠다”고 부연했다.
전공의들도 CCTV 예외 규정 논의에 대해 걱정 섞인 목소리를 제기했다. 법 제정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전공의들 피해가 없도록 예외 규정을 잘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대전협은 그동안 수련 환경을 저해하고 소극적 의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술실 CCTV 의무화를 반대했다”며 “다만 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만큼 이제는 환자와의 의료계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전협 입장에서는 수련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외 규정 설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전공의 수련 환경에 모두 해가 없도록 현명한 예외 규정 설정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