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초음파 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판단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한의계가 이를 토대로 국제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비슷한 갈망을 가졌던 해외 전통의학 의사들과 합심해 초음파 기기를 비롯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것이다.
13일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서울시한의사회와 함께 국립대만대 부속병원을 찾아 "중화민국 중의사공회 전국연합회·타이베이 중의공회와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3 전통의학 의료기기 新전망 선언'을 공동으로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은 2003년 한의약육성법, 대만은 2018년 중의약발전법을 통해 각각 전통의약 발전을 위한 법적 근간을 마련하고 많은 성과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코로나19 유행 사태 속에서 양국의 전통의학은 국가 의료 위기를 안정시키고 수많은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부했다.
향후 4개 단체는 ▲현대의료기기 사용 확대 ▲양국 전통의학 상호 실증 연구 ▲양국의 우정 유지 등 3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한의사와 중의사의 교류·협력, 연구는 각국에서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확보한 행정적, 법적 근거를 토대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의협에 따르면 앞서 지난 2017년 대만 정부는 "중의사가 엑스레이, 혈액 채취 및 소변·대변 검사 등을 위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는 대법원이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활용해 환자의 병세를 진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진단 시 현대의료기기 사용까지는 허용한 판례가 생겨났다.
홍주의 한의협 회장은 "이번 선언문 발표가 양국 간 전통의학 교류·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나아가 현대 진단기기 사용 확대로 전세계 인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의료계는 이 같은 한의계 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간 데 이어, 이달 10일에도 성명을 내고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은 명백한 불법이며, 의과 의료기기 불법 사용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0년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 치매를 진단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실어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의 대법원 심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