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학교육 질(質) 저하는 필연적이라는 종설(Review Article)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서울의대 윤현배 교수는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에 '플렉스너 보고서의 한국 의학교육에 대한 시사점과 영향'이란 제하의 논문을 게재했다.
1910년 미국의사협회 교육 책임자였던 아브라함 플렉스너가 의학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5가지 기준(입학 요건, 교수 수, 재정 지원, 실험실, 임상실습실)을 제시한 보고서다.
플렉스너 보고서에 따라 미국 전국 의대를 평가한 결과, 1900년대 초반 160곳이나 달했던 의대는 1930년에는 76개까지 줄어들게 됐다.
논문은 이를 바탕으로 시설과 재정이 열악했던 수준 이하의 의과 대학들이 대거 폐교된 계기를 만든 사례로 의학 교육에서 신뢰 기준을 확립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국내도 해방 이후 플렉스너 보고서의 기본 원칙과 기조의 영향을 받아 기초의학(실험)과 임상의학(실습)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이후 2000년대에는 의학교육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해 엄격한 관리체계를 구축했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이를 전담해 세계의학교육연맹의 국제 기준에 기초한 'ASK2026 인증 체계'를 사용한다.
ASK2026 국내 의학교육 질 우려
ASK2026은 교육과정, 교수진의 질, 교육 자원, 그리고 사회 기반 시설 등을 평가한다.
2024년 현재 한국의 40개 의과 대학은 세계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2025년부터 매년 2000명씩 의대생 입학을 늘리려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으로 의대 교육의 질이 저하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상당수의 학교들이 ASK2026을 통과하지 못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재학생들은 국가 의사면허 시험 응시자격이 박탈되며, 학교 자체가 폐교될 수도 있다는 우레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즉 만약 이대로 정책이 강행된다면 한국은 1910년경 미국에서 일어난 수준 미달 의대의 대규모 폐교 상황이 재현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원점 재검토 원칙 불변
정부는 의사 양성의 양적 팽창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고 일방적 팽창이 의대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면 모두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의평원은 대한민국 의대교육을 세계 수준에 맞추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압력을 가해 평가기준을 낮추려 하는 등의 시도로 무마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의사단체와 긴밀히 논의하며 협력해 우리 모두가 원하는 학술적인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연구 논문은 JKMS 학술지 39권 22호에 오는 6월 10일 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