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취침 전(前) 조명 노출은 신체의 혈당 조절 기능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취침 전 조명 노출이 임신성 당뇨(gestational diabetes)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임신 여성이 취침 전 3시간 동안 밝은 조명에 노출되면 임신성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 여성의 6~8%에서 나타나는 임신성 당뇨는 원래 당뇨병이 없던 여성이 임신 중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방치하면 임신 합병증인 자간전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산모와 태어난 아이 모두 나중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김민지 교수 연구팀이 임신 주수가 평균 20주인 여성 741명(연령 18~43세, 백인 63%, BMI 30 이하)을 대상으로 8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전향 동일집단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30일 보도했다.
연구 대상 임신 여성들에게는 임신 16~21주에 광센서(photosensor가 장치된 활동 기록 모니터(actigraphy monitor)를 7일 동안 손목에 착용하게 했다.
이와 함께 임신성 당뇨가 나타나는 시기인 임신 24~28주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했다. 이들 중 4.2%가 임신성 당뇨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손목 모니터에 나타난 조명 노출 정도에 따라 ▲밝기가 흐린 ▲보통 ▲매우 밝은 조명에 노출된 3그룹으로 분류하고 그룹별로 임신성 당뇨 진단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취침 전 3시간 동안 매우 밝은 조명에 노출된 그룹은 흐린 조명에 노출된 그룹보다 임신성 당뇨 진단율이 5.49 배, 밝기가 보통인 조명에 노출된 그룹은 4.05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체질량지수(BMI), 인종, 교육 수준, 고용 상황, 수면시간, 계절, 수면 규칙성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이러한 연관성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러나 주간과 수면 중 조명 노출의 경우는 임신성 당뇨 진단율이 이 3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취침 전 밝은 조명 노출은 교감신경의 과잉활동(sympathetic overactivity)을 유발, 포도당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심박수가 떨어져야 할 취침 전 시간에 밝은 조명에 노출되면 심박수가 오히려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잠을 자야 할 시간에 불필요한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쟁-도피 반응이란 긴장 상황이 발생했을 때 뇌는 맞서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 결과로 심박동과 호흡속도 증가, 위(胃)와 장(腸) 활동 감소, 혈관 수축, 근육 팽창, 방광 이완, 발기저하 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전체적인 결과는 임신 여성은 잠자기 2~3시간 전부터 조명을 어둡게 하고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끄거나 최소한 화면을 어둡게 해야 임신성 당뇨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취침 전 밝은 조명 노출이 지금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피할 수 있는 임신성 당뇨 위험 요인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산부인과 저널: 모태의학'(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Maternal-Fet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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