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필수의료 상황 해결 위해 정치권 투신"
이주영 前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2024.04.01 05:45 댓글쓰기

말 그대로 '의료대란'이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사직서 투쟁에 나서면서  의과대학 증원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전공의들은 당장 올해 안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의정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병원경영, 의학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은 의대증원에 따른 ‘낙수 진료과’ 오명에 자조 섞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정치에 ‘정’자도 모르던 이주영 전(前) 순천향대 소아응급의학과 교수가 정치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편집자주] 



이주영 전(前)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2월 병원을 사직했다. 


인근 병원을 넘어 굉장히 먼 곳에서도 전원을 문의하는 등 업무 부담은 늘었고, 의사들에 대한 법적 처벌 우려는 날로 커져갔다. 10년 새 소아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악화됐다.


여기에 '소아응급'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던 어느 날 그 자부심을 꺾이게 하는 여러 상황들에 직면하면서 결국 의료현장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은 “'낙수과', '낙수의사'라는 말이 가장 힘들었다”며 “'의사를 늘리면 실력 없는 사람은 소아과 가겠지’라는 말에 상처를 크게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간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이 나간 이유는 의사가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참담했던 의료현장을 재차 떠올렸다.


최근 의료대란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대증원 정책은 제대로 된 진단부터 한 후에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진단이 틀리면 치료도 틀리게 된다”라며 “필수의료 문제도 진단이 맞아야 치료를 하는데 진단이 제대로 됐는지 알 수 없는 의대증원은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 정계 진출 결심하게 된 배경은

단 한 번도 '정치'를 장래희망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회 측에서 개인적으로 냈던 책과 SNS 글 등을 보고 나의 생각에 대한 공감과 아이디어를 궁금해 했다. 이후 제안을 받았다. 다른 당에서도 연락을 받은 적은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단순히 아이코닉한 모델로서 지목됐다고 느꼈다. 그렇게 정치를 시작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했다. 개혁신당은 소아과 의사, 필수과, 아이셋 이런 것보다 나의 아이디어 등에 대해 궁금해 하고 존중해 줬다. 지금도 충분히 소신껏 생각해 왔던 점들을 똑같이 얘기 하려고 한다. 거대 정당에 들어가면 더 주목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  개혁신당 비례 1번 예상은 했나

전혀 예상 못했다. 집에서 아이들과 있는데 지인들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알았다. 지금까지 한 분야에서 오래 있었던 것은 맞지만 과연 하나의 정당에 비례대표 1번이라고 하기에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의사를 하게 됐을 때도 처음 하고자 마음 먹고, 잘 모르지만 시키는대로 잘 했던 것처럼 우선은 정치에 있어서도 의료계 현실은 전문가로서 누구보다 잘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가족 등 주변 반응은

결정을 하고 난 후 남편이 생각보다 굉장히 잘 도와주고 있다. 남편도 그렇게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결정을 존중해 주고 아이들도 이해해 주고 있다.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멋진 것이라고 병원 다닐 때도 얘기를 해왔기 때문에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컸다. 큰 아이가 이제 중학생이고, 엄마가 직접 돌봐주기 보다는 자기 삶을 열심히 살고 또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걸 보여주는 게 교육적으로도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 부분도 있다.


-  의대 증원에 대한 견해는

10년 정도를 생각해 보면 진료를 받는 연령대의 소아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소청과 전문의는 그동안 배출된 누적 숫자가 거의 2배 가까이 됐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새 소아과 오픈런, 지역 문제 등이 생겼다. 불과 10년 사이에 생긴 현상들이다. 경험을 비춰볼 때 의사 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시스템에 의해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진단이 맞는가다. 그런데 진단이 틀린 상황에서는 치료는 당연히 틀릴 수 밖에 없다. 진단이 잘못된 상황에서  어떤 약을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밖에 없다. 당의 취지도 똑같다. 진단부터 제대로 하고 정비하자는 얘기다. 그 후 정말 모자라서 이 사태가 발생한 게 맞다면 그때는 2000명이 대수일까? 20000명도 가능하다.


- 성분명 처방, 최후의 압박 카드로 거론되고 있는데

성분명 처방은 단순히 처방 문제를 넘어 누구에게 로비를 하게 될 지에 대한 이권 문제로도 비화되는데, 충분히 필요성이 있다는 검토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카드로 사용된다고 하는 것은 큰 문제다. 지금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논의가 돼야 하는 것이지 특정한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논의 돼서는 안되는 영역이다. 특히 최근 뉴스를 보고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정부가 “모든 논의가 가능하지만 2000명은 양보할 수 없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의사 뿐만 아니라 국민을 설득 해야하는 입장이기에 의대증원의 이점도 살펴보려고 했지만, 그 뉴스를 보고 맥이 풀렸다. 도대체 그건 또 무슨 근거인가.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대한민국 의료, 걱정 태산

고위험 중증도 수술 등 법적 리스크 해소·수가 현실화 중요

자부심 큰 전공의들, 정부 협박 정책에 마음 떠나

의료현장 전문가로서 의료진 대변 노력하겠지만 국민 설득은 숙제


- 의사와 정부, 강대강 국면 변화 가능성은

정부 의도를 알 수는 없겠으나 너희가 하는 일의 가치가 그 자체로 그렇게 높지 않지만 필요하긴 하고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가 추가로 뭘 좀 더 줄게라는 식의 정책이 실제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더 좋은 영역으로 떠날 수 밖에 없다. 너무 안타까운 것이 이런 의료대란이 발생하기 전까지 상황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민·형사상 리스크를 줄이고 수가를 현실화해서 필수적인 영역부터 사람을 잘 고용할 수 있을 정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수가를 높인다고 의사 개인 소득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병원이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 전공의 복귀시점을 언제로 예상하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업(醫業)의 의미를 상실하기 시작했다는게 중요하다. 지난 한 달 동안 너무 많이 바뀌었다. 전공의들은 힘들고 오랜 수련을 받아야 되는 과를 자부심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이걸 전수해 주는 게 의사들 사이의 속된 말로 ‘바이탈뽕(사람이 다시 생존했을 때 기쁨)’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의사를 늘리면 누군가 실력 없고 경쟁력 없는 사람이 소아과로 가겠지? 낙수과낙수의사라는 말을 듣게 만들고, 불을 지르는 과격한 표현과 협박성 정책이 쏟아지면서 의료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포기하기 시작했다. 돌아올 것 같지 않다. 지금은 이미 강을 건넜다. 


-전공의 복귀를 위한 대책

법적인 문제와 수가만 해결돼도 더욱 수월했을 것이다. 내가 이 과를 선택하면 언제든지 휴직 금지 사직 금지 등 직업의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시그널을 정부가 너무나 강하게 줬다. 그런데 거기서 그걸 무마해 보겠다고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 10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겠나. 바이탈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다. ‘사람 없으니까 우리가 추가로 뭘 좀 더 줄게’라는 것밖에 와 닿지 않는 거다. 사람 마음을 돌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필수의료 패키지를 통한 수가 확대도 점쳐지는데

필수의료 패키지는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수가를 정하는 것에 있어 의사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왔다. 필수의료 특정과에 대한 수가를 늘린다고 했을 때 한쪽이 늘면 다른 쪽은 줄어드는 형식으로 전체 투자되는 재원은 그대로였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필수의료 패키지가 정상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다. 예컨대 필수의료 패키지에 고위험 분만 수가가 79만원에서 343만원으로 4배 넘게 올린다고 하는데 정부의 신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회생 대책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는 정부의 이상한 정책과 규제에 의해 생긴 문제다. 법적 책임을 지우고, 지역의료를 했을 때 돈이 안 되게 만들고 선택진료비도 없앴다. 내가 소아과를 선택했을 당시만 해도 기피과는 아니였다. 오픈런 같은 건 더더욱 없었다. 대부분의 소청과 의사들은 선호에 의해 진로를 선택했다. 권역별 3~4곳을 모아 기피과 의사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될 만한 체계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어떤 지역의 특화 인프라가 만들어진 뒤 공공의료기관만 숫자 늘리기식으로 늘려선 안된다. 그곳에 단순히 흉부외과 1명만 당직을 하게 된다면 결과는 명약관화다. 충분한 보상은 물론 집중화 된 공공의료기관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총선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나

개혁신당이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서 밝힌 것처럼 개혁신당을 선택한 이유 그대로 국민들도 개혁신당을 선택할 것이라 믿는다. 지금 이 상황은 정치에 대한 거대한 실망이 개혁신당에도 똑같이 투영됐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개혁신당은 국민에게 밀착한 현실 정치, 전문가와 함께하는 전문정치는 물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정치를 추구한다.


- 의사 출신 정치인으로서 활동 계획은

얼마 전까지 의료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가장 전문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한다. 지금 많은 의사 출신 정치인이 있지만 의료현장에 오랫동안 머물러 전문성을 갖고 목소리를 낸 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개혁신당에서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전문가로서의 전달하고 지식을 알려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의료계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해결하고 싶은 영역은 장애 아동과 학대 아동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의료현장에 있으면서 학대 아동 등을 가장 먼저 직면해왔다. 하지만 그런 아동들을 위한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도 대변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시점에서는 의사들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의 마음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득해 내는 건 어떻게 보면 나의 역할이다. 현재 모든 직역 군이 서로 신뢰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필수의료 등 의료 최전선에서 종사하는 의사부터 의대생까지 모두 같은 사람들이다. 국민들이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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