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또는 알고리즘 주도 '문진·상담' 무면허의료?
소병도 선임조사연구원 "비대면 스마트 문진 등 진료 형해화 우려"
2026.02.22 17:30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료인 개입 없이 AI(인공지능)나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문진과 상담이 자칫 '무면허 의료행위'로 귀결될 수 있다는 법조계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앱(App)을 통한 사전 상담과 문진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가운데 발생할 수 있는 핵심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소병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조사연구원은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학술지 '의료법학'에 게재한 '비대면 의료 상담·문진의 무면허 의료행위성' 논문을 통해 현행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법적 쟁점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상세한 사전 문진, 자판기 진료 우려"


논문에 따르면 현재 국내외 다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진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상세한 사전 문진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탈모 치료 비대면 플랫폼인 '홀드'의 경우 이용자가 앱을 통해 모발과 두피 상태, 탈모 시작 시기, 원하는 약물 계열, 처방 기간, 카피약 처방 여부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입력하게 한다. 이후 의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처방전을 발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처방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소병도 연구원은 "플랫폼이 환자로부터 과도하게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형화된 문진 프로세스를 거쳐 처방까지 이어진다면, 의료행위 실질이 플랫폼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의료인은 플랫폼이 설계한 데이터를 단순히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쳐 진료가 형해화(形骸化)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이 상담, 문진, 진료 연계, 약물 선택 등 의료서비스 전반을 통제하는 구조라면 이는 실질적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의료법 제33조(개설 독점권)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단독 상담·문진… "설계·운영자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생성형 AI를 활용한 의료 상담 서비스 역시 법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닥터나우' 등의 플랫폼은 AI 기반 실시간 의료상담을 제공하는데, 전문가 개입 없이 AI가 단독으로 답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소 연구원은 "현행법상 AI는 권리·의무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AI가 단독으로 수행한 의료행위 법적 책임은 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의료인 검토 없이 AI나 알고리즘에 의해 진단적 판단이 포함된 상담이나 문진이 이뤄진다면, 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돼 의료법 제27조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간호사 역할도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플랫폼에서 AI가 생성한 초안을 간호사가 검토해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대법원 판례와 현행법상 간호사는 의사 지시나 위임 없이 독자적인 문진이나 진단적 판단을 수행할 수 없다. 


소 연구원은 "의사의 구체적인 지도·감독 없는 간호사 단독 검토 행위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행위 세분화 정의 'AI 설명의무' 도입해야"


이러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논문은 ▲의료행위의 구체적 정의 ▲의료인 개입 의무화 ▲AI 활용 설명의무 도입 등을 제언했다.


우선 현행 의료법의 포괄적인 의료행위 정의를 상담 및 문진, 진단, 처방 등으로 세분화해 비대면 환경에서 의료인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영역과 플랫폼이 보조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플랫폼 알고리즘 설계 단계부터 의료인 감수를 의무화하고, AI가 수집한 문진 결과는 진료 전후로 반드시 의료인 확인과 판단이 개입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자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AI 활용 사실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소 연구원은 "상담과 문진 과정에서 AI가 개입한다는 사실과 그 범위를 환자에게 명확히 설명해서 환자가 이를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법에 '설명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소 그는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 창출과 맞물려 의료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정한 이용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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