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 후 하루가 시작된다. 익숙한 업무는 별다른 고민 없이 능숙하게 처리된다. 가끔 신경 써야 할 난관이 닥치지만 대개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문제는 힘든 날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이 계속될 때다.
앞으로 달라질 것도, 나아질 것도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과 무기력이 반복된다면 ‘보어아웃(Boreout)’ 상태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보어아웃은 2007년 필립 로틀린과 피터 베르더가 제시한 개념으로, 일의 목적과 의미를 찾기 어렵거나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소진 상태를 말한다.
권태로 인한 피로감이 주 증상이나 임상에서 사용되는 공식 진단명은 아니다. 과부하로 ‘다 소진돼 남은 것이 없는 상태’가 번아웃이라면, 보어아웃은 ‘자동차를 움직일 만큼의 연료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2020년 한 채용정보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어아웃을 경험한다고 답한 비율이 대리급에서 가장 높았다.
신입 시기에는 배움 자체가 자극이 되지만, 중간 연차에 접어들면 역할은 고착되고 책임은 늘어나는 반면 결정 권한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잘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감각,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든다는 느낌은 서서히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불편하지만 익숙한 길과 낯설지만 나은 길 사이에서 대개 전자를 선택한다. 보어아웃에서 벗어나려면 의도적으로 ‘다른 길’을 시도해야 한다.
보어아웃 상태는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된 게 아니라 쓸 곳을 찾지 못한 상태에 가깝다. 100의 역량을 갖고 있지만 10만 쓰며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작 중요한 순간에 힘을 제대로 쓰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보어아웃 상태에서는 무조건적인 휴식이 아니라 오히려 작더라도 새로운 자극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잠자고 있는 에너지를 깨워야 한다.
관점을 바꿔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람은 흔히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실감한다. 현재의 지루함을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 재해석해 보고 만약 이 일이 내일 사라진다면 어떤 점이 가장 아쉬울지 자문해 보라.
아무런 미련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현재의 환경이 더 이상 자신에게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환경 변화를 고려해보는 게 필요할 수 있다.
조직 차원에서도 보어아웃은 간과되기 쉽다. 특히 업무가 세분화된 조직일수록 구성원은 자신이 전체 그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개인이 맡은 작은 일이 조직의 어떤 목표와 연결돼 있는지 그 의미를 반복해서 확인시켜 주지 않는다면 유능한 인력일수록 먼저 무기력해질 수 있다.
새해 덕담으로 “무탈한 한 해 보내세요”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큰 기복 없는 평온한 하루는 분명 소중하다. 다만 익숙함이 오래 지속되면 삶은 한 끗 차이로 생동감을 잃는다. 반복되는 일상의 악보 위에 작은 변주 하나를 더해보라. 그 변화가 오늘의 일상에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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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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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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