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구할 차세대 주역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급증과 인공지능(AI) 기술 결합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은 주력 산업인 자동차를 넘어서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첨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방안' 보고서를 통해, 제약바이오와 의료기기 산업 중심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5% 성장 전망했다.
이런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률은 국내 자동차 성장률(2.7%)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인공지능(AI)·데이터가 게임체인저…"인프라 중심 경쟁력 갖춘 한국"
한국은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개발(CDMO) 등 '추격자'로서 성공적으로 공략해 나가고 있으나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신약 분야에서는 여전히 선도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1위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조차도 글로벌 상위 3개 제약사 평균 매출(578억 달러)의 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원천기술 부족이라는 한계를 돌파할 열쇠로 'AI 기술'과 '바이오 데이터'를 주목했다.
AI 신약 개발은 기존 10년 이상 소요되던 연구 기간을 30~50%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全)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기반으로 수집된 5000만 명 임상 데이터라는 'AI 시대 다이아몬드'를 보유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기반 단일 식별 체계를 통해 개별 국민의 평생 기록을 추적할 수 있는 인프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을 포함 단 3개국(덴마크, 핀란드 등)만 보유한 독보적인 전략 자산이라는 평가다.
활용 안하면 무용지물…인센티브 불일치 해소가 관건
문제는 이 훌륭한 데이터를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헬스케어 AI 기업 81.4%가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문제'를 경영상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이러한 '병목 현상'의 근본 원인은 이해관계자 간 인센티브 불일치에 있다. 개인의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와 보험 가입 거부 등 실질적 피해를 우려해 데이터 제공을 꺼린다.
병원은 정제 비용과 법적 리스크는 온전히 부담하는 반면, 공유에 따른 보상은 미미해 차라리 '데이터 독점'을 택한다. 기업은 복잡한 절차와 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적극적인 활용을 주저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가 승인형 바이오 데이터 개방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국가가 공익성을 사전 심사해 승인한 연구에 한해 데이터 활용권을 주되, 개인에게는 언제든 자신의 정보 활용을 거부하거나 다시 허용할 수 있는 실질적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이러한 공익적 활용 보장과 정보 통제권 강화 정책을 도입할 경우 민간기업에 대한 데이터 제공 의향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데이터 오남용 위험만큼이나 데이터가 활용되지 못해 발생하는 기회비용 위험 역시 중대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별도 전담기구 설립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헬스 R&D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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