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임현택 회장 “소아의료 붕괴 더는 방치 못해”
탄핵 후 1년 반만에 공개 행보…“실제 의료현장 살릴 지속 가능한 대안 제시 최선”
2026.03.12 05:25 댓글쓰기

“무너져가는 소아 의료 현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전(前)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의료계 활동 전면에 다시 나섰다. 의협회장 탄핵 이후 의료계 중심에서 한동안 물러나 있었던 그가 다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약 1년 반 만이다.


임 회장은 복귀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프라 붕괴를 가장 먼저 들었다. 


그는 “제가 잠시 물러나 있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있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희망을 잃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최후 보루인 교수들까지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의료계 현안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동안 한 명의 의사이자 시민 입장에서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의료 현장에 얼마나 큰 절망을 남기는지, 그리고 그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정당성을 위한 투쟁도 중요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을 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위기를 단순한 한 진료과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의 위기로 봤다. 


임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상황을 “대한민국 미래 위기”라고 표현하면서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내과 등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인프라가 동시에 붕괴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구조로는 소아 진료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 회장은 “현재의 낮은 수가 체계로는 소아 진료를 지속하기 어렵다”며 “수가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합리적인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 전공의들이 다시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소아 진료 보상 체계의 구체적인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결과 복지부가 소아 초진에 정책 가산료를 일부 반영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실제 진료 구조를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다. 


임 회장은 “소아 초진에 정책 가산이 붙은 것은 의미 있는 변화지만 대부분의 진료가 재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진에도 정책 가산이 붙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소아 진료 체계를 “보조금으로 유지하는 구조가 아니라 의사들에게 다시 사명감과 자부심 영역이 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아이들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에 필요한 재정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차원에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재원 마련 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말해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의대 증원 백지화 협상 기회 있었다”


다만 임 회장이 다시 목소리를 낸 이유는 소아 의료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는 의료대란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책임과 평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임 회장은 2024년 의료대란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는 여러 차례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전공의·의대생·교수·개원의 등 의료계 전(全) 직역이 반발하며 행동에 나설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홍재우 전공의 공개 사직이 전공의 사회에서 개별 사직 움직임의 불씨가 됐다”고 평가했다.


의정 갈등 초기에는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이 있었다는 주장도 내놨다. 임 회장은 당시 대통령실과 총리실, 보건복지부 내부 온건파 인사들과 접촉하며 전공의·의대생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4월 중순쯤 의대 증원 백지화를 포함해 전공의와 학생들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이야기했고, 대통령실 라인을 통해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이후 박단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를 비롯해 빅5 전공의 대표들을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실과 협의해 전공의와 학생들 요구를 모두 얻어내겠다. 마지막에 대통령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여러분이 될 것이고, 나는 가장 끝자리에 서 있겠다. 대신 전공의와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단 전 비대위원장과 빅5 대표들은 전공의와 학생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며 “그 뒤 대통령실 온건파로부터 ‘조금 더 상황을 보자’는 답이 돌아왔고, 결국 어렵게 만들어졌던 기회가 물거품이 됐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이 과정을 두고 “의료계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가 그때 사라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에도 사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국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구성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와 정치권 모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당시 의협을 중심으로 대한의학회,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장단 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과 함께 대응 방향을 논의하며 매주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 사회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데도 당시에는 의료계 내부가 거의 하나로 정리돼 있었다”고 했다.


정치권과의 접촉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당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의료 현안을 논의했고, 총선 이후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치권에서도 전공의와 의대생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공의 측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진전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의협과 교수단체, 정치권까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지만 전공의들이 협상 테이블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결국 논의가 멈췄다”고 말했다.


“100명 시위는 쇼”…의협 대응 방식 직격


임 회장은 현재 대한의사협회 지도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의 종가(宗家)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의협 지도부는 의협 역사상 가장 무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택우 의협 회장에 대해 그는 “지금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그가 의협 회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에 대해서도 책임론을 제기했다. 임 회장은 “의료대란이 아무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난 데에는 대의원회 책임도 크다”며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의 대응 방식에도 비판을 이어갔다. 임 회장은 지난 1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 관련해 “100명 남짓 모이는 시위로는 정책을 막을 수 없다”며 “회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임 회장은 의협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분명 처방 같은 사안은 수세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며 “진료와 약 처방을 한 번에 받는 방식과 지금처럼 병원과 약국을 분리하는 방식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판단하는 편이 낫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체 검사 위수탁 문제에 대해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차원의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임 회장은 “이미 정부가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도 자유계약 원칙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체 검사 위수탁 수수료 문제는 내과·소아청소년과·비뇨의학과·산부인과 등 개원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대한내과의사회, 전국위탁기관협의회와도 협력해 대응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도 추진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임 회장은 향후 역할에 대해서는 특정 직책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머릿속에는 소아청소년과 살리기와 의료 정상화밖에 없다”며 “직책이나 명칭보다 의료계를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회원이라도 의료계를 바로잡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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