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지속 가능성과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균형”
김영주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정책기획위원장(종근당 대표)
2026.03.30 12:38 댓글쓰기

[특별기고] 정부는 “지금이 제네릭 중심 산업 생태계에서 벗어나 혁신 생태계로 대전환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약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혁신 생태계에 대한 갈증을 예전이나 지금이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개편안을 분석했고, 현장 애로사항을 정책에 반영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미 혁신 생태계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혁신 생태계는 이미 세계 3위 수준인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3233개를 보유하고 있고, 2025년 기준 약 20조 원 기술수출 성과도 달성했다.


대기업의 바이오의약품 산업 진출 등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 투자 확대, 시설 투자 확대와 같은 혁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혁신 활동이 없거나 부진한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의약 선진국 모델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두 번째로 과거와 같은 제네릭 약가인하는 자국 생산 포기 및 고용 불안, 연구개발 지연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그 취지를 막론하고 전제가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에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직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구조는 제네릭 의약품이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가인하는 곧 막대한 매출 감소를 유발하고, 수익성 하락으로 인해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축소를 고려하게 만든다.


우수 연구인력 유치 차질, 생산 포기와 연관된 인력 구조조정까지 고민해야 하는 등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 2024년 응용경제학회지 연구 문헌에도 기술돼 있다.


연구 결론은 2012년 4월 시행된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기등재 의약품 6,500여 품목 약가를 평균 14% 일괄 인하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제약기업의 생산성 약화와 매출 감소, 제조 중심 구조에서 다국적 기업의 고가 의약품 도입 증가, OTC·건기식·화장품을 포함한 비급여 의약품 개발 증가 등 산업구조 왜곡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한 재정 절감 효과도 단기간에 그쳤고, 오히려 고가의약품 사용량이 증가하는 풍선효과로 인해 재정 지출이 늘었다는 결론도 제시됐다.


이뿐만 아니다.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향후 미칠 영향은 제약바이오기업 피해를 넘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네릭 의약품 대부분을 자국 내 제조와 판매를 통해 품질관리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연구개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제네릭 의약품 가격 인하를 주도했던 주요 선진국은 제네릭 의약품을 대부분 해외 제조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빈번한 품절 사태를 비롯해 사망에 이르는 품질관리 이슈, 감염병 사태 이후 공급 불안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예컨대 정부가 제시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 수준이 40~50%인 일본과 프랑스 사례를 분석하면, 2024년 코트라 발표에서 약가 인하를 단행했던 일본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의 23.1%인 4064개 품목이 공급 부족 또는 생산 중단 상태였다.


EMA가 발표한 프랑스도 신규 제네릭 15%만 프랑스에서 생산되며 전체 제네릭 의약품 중 자국 내 생산 비중은 30%에 그쳤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이 부족한 국가는 해외에 의존하게 되며, 그 중심에는 제조 비용이 저렴한 중국, 인도 또는 개발도상국에서 제조한 품목 수입이 있다.


결과적으로 자국 제조로는 낮은 정부 약가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고, 중국·인도·개발도상국에서 제조한 제네릭 의약품만이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제네릭 의약품 가격이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비용이 높은 자국 제조 기반 우리나라와 의약품을 수입하는 다른 나라를 단순 비교해서 OECD 대비 국내 제네릭 의약품 약가가 높다고 통계를 인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주요 선진국처럼 의약품 자국 제조 포기해야 하는 상황 초래될까 우려


앞서 언급한 사례를 참고하면, 과거와 같이 ‘제약산업 선진화’ 또는 ‘혁신 생태계로의 대전환’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제조 현실은 환율 상승과 중국·인도의 환경 규제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원료의약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숙련된 연구·생산 인력 확보를 위한 인건비가 오르며, 석유와 전기 등 에너지 가격 급등, GMP 기준 강화, RMP 강화, 허가 재평가 제도 강화, 품질관리 요건 강화 등으로 규제 대응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중, 삼중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가격은 정부 주도 일괄 약가인하 및 실거래가 인하, 사용량 연동 인하, 급여 적정성 재평가 인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조 비용은 상승하고 판매 가격은 하락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제약산업 전반의 수익성은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약가 인하까지 강행된다면 주요 선진국처럼 자국 제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


약가인하→연구개발 전환, 상위 제약기업 가장 큰 피해


약가 개편 영향을 기업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약가 인하 여파는 매출 상위 기업에 집중된다.


상위 기업들은 중견·중소기업 대비 매출 규모가 큰 제네릭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만약 약가 기준 비율을 낮춘다면 당연히 매출이 큰 품목의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매출 상위 기업은 혁신 생태계 핵심에 있다.


이미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10% 이상이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벤처기업 재정 지원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매출 상위 기업이 이미 혁신 생태계 전환과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음에도,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할 정책적 동기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오히려 인하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하는 모순을 낳게 된다.


그 결과 정부가 추구하는 건전한 산업 구조조정은 실현되지 못하고, 약가인하로 모든 기업이 하향 평준화되는 구조로 전락할 것이다.


CMO 기업도 심각하다. CMO 사업은 규모 경제 및 전문화, 안정적 공급, 중복 투자 방지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형태지만, 낮은 약가로 인해 본래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약가 인하가 시행되면 위탁 제조 단가는 더 낮아지고 수익성도 하락하게 된다. 특히 동시 다수 등재에 따른 추가 약가 인하가 발생할 경우, 중견·중소 회사의 위탁 제조 포기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 회사는 과거 약가 인하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산업으로, 그 어려움을 설명하는 데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즉 산업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 제도와 정책으로 건전한 산업 개편을 유도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기업들의 붕괴를 통해 이를 달성할 수는 없다.


약가 산정 기준 개편안 전면 수정 필요…민관 협의 기반 재설계 절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따른 기업 손실을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연구개발 투자가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일부 가산을 통해 보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손실 규모 대비 턱없이 부족해 중장기적으로도 손실 회복이 불가능하다.


또한 국내 회사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 산정 기준을 인하해 피해가 발생하는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은 가산 기간을 기존보다 더 연장하는 구조다.


이는 아래 돌을 빼서 위 돌을 괴는 전형적인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재정 측면에서도 인하에 따른 절감 효과가 오리지널 의약품 가산 기간 연장으로 상쇄되는 구조여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국내외 기업 간 형평성 측면에서도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종합하면 이번 개편안은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무리하게 강행할 것이 아니라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현실 인식 개선, 다양한 부작용 해소 방안, 자국 제조 강점 유지 방안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 실효적인 혁신생태계 발전 방안과 바람직한 재정 절감 효과 등에 대해 정부와 산업계가 충분히 논의한 뒤 수용 가능한 범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정 기준 인하 폭은 국내 제조를 유지하기 위해 대폭 축소돼야 한다.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가 활발한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 유지를 위해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또 인하 시기는 기업이 예측 가능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의약품 안정적 공급과 품질 유지를 위해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발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원료의약품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산 원료 사용 약가 우대는 기존 국가필수의약품에서 다른 의약품으로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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