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건강 치료와 신체 치료가 동시에 필요한 환자들이 적시에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주목된다. 중앙대병원은 ‘내과-정신건강의학과 통합케어병동(MPU)’을 올해 6월 확대 개소했다. 기존 정신건강의학과와 내과가 각각 진료하는 시스템에서는 환자 신체 치료와 정신적 안정을 동시에 진행하기 어려웠지만, 중앙대병원 MPU에서는 입원환자들이 한 공간에서 유기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MPU 전담 전문의 김선미 교수(정신건강의학과)와, 이혜준 교수(가정의학과)를 만나 MPU 도입 취지와 성과, 향후 과제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중앙대병원 MPU는 일반 내과병동에서는 정신과적 증상 관리가 어렵고,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는 중증 신체질환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마련된 통합치료 병동이다.
김선미 교수에 따르면 MPU는 이미 미국·네덜란드·영국 등에서 30년 이상 운영돼 온 시스템이다. 기존 협진 대비 재원 기간을 단축시키고 의료비용을 절감할 뿐아니라 환자·보호자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해외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중앙대병원은 지난 2023년 국내 최초로 MPU를 도입했다. 김선미 교수는 “중등도 이상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이 동반된 환자는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며 “기존 단발성 협진체계는 한계가 있고, 상급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로서 차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MPU는 올해 새단장을 통해 개방병동 4병상,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2병상 등 지정병상을 갖췄다. 평일 기준 김선미 교수와 이혜준 교수는 공동 주치의로서 입원환자 회진을 돌고, 정기 회의를 통해 환자 치료 경과·계획을 논의한다.
김선미 교수는 기존 다학제 협진과 MPU 체계 차이점으로 “기존에는 협진 의뢰가 왔을 때 전문의가 환자를 가서 봤지만, 현 시스템에서는 환자 퇴원까지 실시간으로 각 과 전문의들이 주치의로서 치료에 개입한다. 훨씬 짧은 시간 내 밀도 있고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환자와 의료진 만족도 역시 높다. 김 교수는 “내과 의사는 내과적 치료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정신적 치료에 대해 각각 이야기하던 구조에서 환자는 치료가 어떻게 병행되는지 듣지 못했다”며 “반면 지금은 환자들이 본인 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환자의 혈압·혈당 등 문제를 지켜봐야 하는지, 어떤 약을 조정해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의사결정하기 어렵다”며 “현 시스템에서는 각 전문의들이 직접 판단하기에 각자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대병원 MPU는 외국 MPU와는 조금 다르다. 정신건강의학과로 입원해 내과적 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MiPU’, 내과로 입원해 정신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는 ‘PiMU’ 투트랙으로 운영된다.
전자는 일례로 심한 우울, 식사·치료 거부, 자살사고 위험 등이 있는 암·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올해 3월부터 현재까지 누적 환자 수는 28명이다. 후자는 자살시도·급성 약물 중독으로 내원한 환자 등이 그 대상으로 같은 기간 43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김선미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자살시도자를 받지 못하는 응급실이 꽤 있다”며 “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다른 질병이 원인이었던 사례 등 정확한 평가와 치료가 들어가게 돼 예후가 훨씬 좋다”고 평가했다.
약물 조정 효과도 MPU 의료진들은 체감하고 있다. 이혜준 교수는 “환자가 내과적 증상이 악화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조정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환자들 퇴원 시 기존 약 개수보다 훨씬 적게 복용해도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MPU는 365일 24시간 가동된다. 이혜준 교수에 따르면 평일에는 회진, 다학제 회의가 이뤄진다. 야간·휴일에는 각 과 당직 체계로 전환되나 사전에 수립된 통합치료 계획과 표준화된 인수인계로 진료 연속성을 유지한다.
이혜준 교수는 “특히 입원 시점부터 환자 개인별로 야간 및 휴일에 예상되는 급성 내과 악화, 불안·초조·충동성 악화, 자타해 위험성 등을 미리 평가해서 대응 지침을 정해 인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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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운영 위한 전담 간호인력 등 필요하고 성과 기반 적정수가 책정 목표”
성과는 쌓이고 있지만 인력 충원은 필요한 상황이다. 김선미 교수는 “현재는 전문의들이 기존 업무를 수행하면서 추가로 MPU를 운영하고 있기에 인력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모델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확장되려면 전담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적으로는 내과적 모니터링과 정신과적 위기 개입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이중 훈련된 전담간호인력과 일반병동보다 높은 배치 기준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선미 교수와 이혜준 교수의 목표는 전담 인력 체계 구축 뿐 아니라 MPU 개소 후 축적된 성과를 데이터로 입증하고, 지정병상을 늘리고 운영 지침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중앙대병원 MPU가 한국형 통합의료-정신의학 기반을 마련하는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성과를 근거로 적정 수가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코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환자와 의료진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두 교수는 “몸의 병 때문에 우울해지는 것, 마음의 고통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도 치료할 수 있다”면서 “혼자 견디지 말고 MPU를 찾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MPU는 의료진들 소명 의식과 협력, 신속하고 융통성 있는 의사 소통 및 결정이 운영의 핵심이다”면서 “이 과정에 함께 해주시는 모든 의료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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