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강원대병원 역할 커지는데…
문중범 센터장 “배후 진료과 인력난 심각하고 중소병원 역할 취약”
2026.08.10 15:19 댓글쓰기

“병원 전체로 보면 축하할 일입니다. 중증응급환자 치료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기대됩니다. 다만 응급의학과와 응급센터가 맡아야 할 역할이 커지는 만큼 걱정도 있습니다.”


강원대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신규 지정된 데 대한 문중범 센터장[사진]의 평가다.


문 센터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권역센터 출범을 앞둔 준비 상황과 강원 지역 응급의료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응급의학과·배후진료과 인력 확충과 전공의 수련 공백, 협소한 응급실 공간 등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강원대병원은 오는 11월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시작한다. 중증응급환자를 우선 수용하고 응급처치를 넘어 수술·시술과 중환자 진료 등 최종치료까지 연결하는 지역 거점이 된다.


그는 “강원대병원에서 최종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다른 병원을 거치면서 시간이 지체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경우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환자들의 치료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의 10명 체제 준비…전공의 수련 연결고리는 단절


현재 강원대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문의는 해외연수 중인 1명을 포함해 9명이다. 이 가운데 8명이 근무 중이며, 소아응급 전문의 4명도 별도로 근무하고 있다.


병원은 권역센터 운영이 시작되는 11월까지 일반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10명 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영입을 논의 중인 의료진 가운데 긍정적인 답변을 준 이들도 있어 추가 충원도 기대된다.


문 센터장은 “우선 11월까지 근무 인원을 10명 정도로 맞추려고 한다”며 “이후에도 상황을 보면서 전문의를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역센터 지정 심사 과정에서는 응급실과 응급중환자실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전문의가 15명 안팎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 센터장은 “권역센터가 되면 응급실뿐 아니라 응급중환자실도 담당해야 한다”며 “전담 인력을 고려하면 현재보다 전문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의 확충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전공의 수련체계 공백이다. 현재 4년 차 전공의가 9월 병원을 떠나면 1년 차 1명만 남는다. 9월 신규 전공의가 합류해도 1년 차 2명뿐이어서 2~4년 차가 모두 비는 구조다.


문 센터장은 “전공의는 상급 연차에게 배우는 부분이 많은데 현재 중간 연차가 모두 비어 있다”며 “단순히 인원이 적은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 수련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더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상급 연차가 없는 상태에서는 저연차 전공의를 지도하는 부담도 전문의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진료인력 부족과 함께 후배가 선배에게 배우는 수련의 연결고리까지 끊긴 셈이다.


이와 함께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위해 수술·시술과 중환자 진료를 맡을 배후진료과 인력도 지속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인력뿐 아니라 물리적인 수용 여력도 보완 과제다. 강원대병원은 권역센터 운영에 필요한 시설·장비 기준을 충족하고 응급중환자실도 운영하고 있지만, 응급실을 확장할 공간은 사실상 없다.


문 센터장은 “시설과 장비는 기준을 맞췄지만 말 그대로 최소 수준”이라며 “응급실 병상을 10개 정도라도 더 늘리고 싶지만 확장할 공간이 없다”고 전했다.

강원대병원 전경.

강원 응급의료 구조적 문제 악화는 ‘2차병원 부재’


문 센터장은 강원 응급의료의 구조적 문제로 넓은 이송거리와 함께 대학병원과 지역 의료기관 사이에서 중등도 환자를 맡을 2차병원 부족을 꼽았다.


강원도는 영동과 영서북부, 영서남부로 생활권이 사실상 나뉘어 있다.


지역에 따라 강원대병원까지 환자를 이송하는 데 2시간 이상 걸리지만, 지역 의료기관에서 치료하기 어렵고 권역센터가 집중해야 할 최중증에는 해당하지 않는 환자를 맡을 병원은 부족하다.


그는 “수도권에는 중간 단계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종합병원이 많지만 강원도에는 대학병원과 그보다 작은 지역 의료기관 사이를 담당할 병원이 거의 없다”며 “중등도·준응급환자가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경증환자보다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대신 받을 병원이 부족해 권역센터가 경증·준응급환자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문 센터장은 “춘천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2곳 있지만 그 아래 단계 응급의료센터는 없다”며 “경증환자를 많이 보면 평가에 불리하지만 지역 여건상 이들을 받지 않을 수도 없다”고 전했다.


해법으로는 지역 의료원의 역할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강원 지역 의료원 상당수가 전문의 부족과 제한적인 응급실 운영으로 제 기능을 충분히 하기 어렵다”며 “이들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거리 권역센터 2곳 운영…병원 간 역할 분담·이송체계 강화


강원대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합류하면서 춘천에는 3회 연속 재지정된 한림대춘천성심병원과 약 1㎞ 거리에 두 곳의 권역센터가 운영된다.


가까운 곳에 최종치료 거점이 나란히 자리잡는 만큼 진료 분야별 강점을 살린 역할 분담이 중요해졌다.


문 센터장은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신경과와 일부 정형외과 분야에 강점이 있고, 강원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상대적으로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도 이런 차이를 고려해 환자를 이송하거나 필요할 경우 병원 간 전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 병원은 연락망을 운영하고 119 구급대 교육을 통해 각 기관이 수용하기 적합한 환자군을 공유하고 있다. 향후 강원권 응급환자 이송체계가 마련되면 현행 협력 방식도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협력 범위는 두 대학병원에 그치지 않는다. 강원대병원은 지역 의료기관에서 보내는 환자의 기저질환과 투약 내역 등을 미리 전달받는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 도착 전부터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권역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병원 간 정보 공유와 함께 광역응급의료상황실 기능, 헬기 등 이송수단과 전원 인력 지원도 필요하다는 게 문 센터장의 견해다.


문 센터장은 “야간 전원시 의사가 동행하면 응급실에 남는 의료진이 줄어든다”며 “환자 이송에 동행할 의료진이나 응급구조사를 지원하고 이송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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