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효율화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적으로 어떤 의견이 합의돼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입법 목적과 정책 정합성 등을 고려해 의료계부터 합의가 있어야 한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열었던 의료정책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는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특례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 이견으로 인해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들은 ‘의료사고특례법’이 특혜처럼 비춰져 불편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겪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환자단체들은 피해자 권익 보호가 불충분하다는 시각이다.
김주경 조사관은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이 발표됐지만 의료행위 전반에 특례를 적용할 지를 비롯해 피해 구제를 위한 보상 재원을 누가 감당할지 등 여전히 다양한 쟁점들이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결 되기까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대안들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법률 개정안 중 의료분쟁 조정법 보완 등 산발적인 것들을 종합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는 예컨대 의료사고 형사책임 완화의 방안으로, 현행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 제1항 단서를 삭제해 ‘반의사불벌죄’ 범위를 확대하는 것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단체의 경우 ‘입증책임 전환’이라는 선(先)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피해자가 부담하는 의료과실 입증책임 전환(의사책임)에 있어서도 입장이 팽배하다.
여기에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는 물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료사고에 의한 형사책임 완화 논의가 진척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사고특례법 등 법률 제·개정만이 능사 아니고, 입증 책임 등 해결 과제 산적”
“現 법안은 의료계도, 시민단체도 만족 못하는 실정”
김주경 조사관은 “정보 비대칭성이 있는 분야에선 의료사고든 또 손해 발생이든 입증책임을 결국 사용자 등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전반적 추세”라며 “반발의 논리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분쟁을 해결 단초는 진실된 사과에서 출발한다”라며 “다만 과실을 인정하는 것의 근거로 활용되지는 못하게 하는 사과법 마련 등 방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의료계에서도 특례법의 법적책임이 의료인들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불만이 여전하다. 또,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아래에서는 정부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이처럼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이 이해 당사자들은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도 합치된 의견이 없다보니 당장 법안 제출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조사관은 “결국 의료 사고에 대한 과도한 효율화를 위해서 최근에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의료계 내에서도 어떤 의견이 합의 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입법 목적, 정책 수단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서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부터 합의가 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끝으로 “현재 법안이 제출되고 있지 않은 것은 의료계도, 시민단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미”라며 “필수의료 붕괴에는 의료사고 영향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보완된 제출안이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