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의료 진료비나 조제 행위료 등이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의협과 약사회는 지표 산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면서도 23조 건보 누적금과 3조 6천억흑자로 인한 일말의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 다. 특히 새로운 수가모형이 추가적으로 도입되면서 2024년도 수가협상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생겨났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시작했던 올해 수가협상 결과를 해 조명해 봤다. 각 유형별 인상률은 의원(1.6%), 약국(1.7%),한의(3.6%), 치과(3.2%) 병원(1.9%) 등이다. [편집자주]
2024년도 수가협상(요양급여계약)에는 예년과 다소 다른 기운이 감지됐다. 바로 공급자 단체가 수년째 주장했던 SGR 모형에 대한 개선안이 새롭게 등장해서다.
하지만 수가협상 직후 이 같은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듯이 사라졌다. 수가협상이 끝났지만 SGR 개선 모형이 밴드와 인상률 순위, 환산지수에 대해 별다른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선모형에 따른 환산지수가 나오기 이전부터 약세로 평가되던 유형들은 모두 똑같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고, 상위 단체들도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반전 없이 의원(1.6%) 유형과 약국(1.7%)은 인상률에서 나란히 최하위를 기록했고, 한의원(3.6%)의 최고 인상률, 치과(3.2%) 병원(1.9%) 등 기타 유형도 순위도 마찬가지였다.
협상 결과 2024년도 평균인상률은 1.98%(추가소요재정 1조1975억원)으로 결정됐다. 국민건강보험 재정당기수지가 3조 6291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데 비하면 다소 초라한 성과다.
공급자 단체들은 “개선된 수가모형 영향력이 미미했다”고 총평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단체별 대표들도 “도입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개선에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등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한정된 추가소요재정이라는 천장 속에서 진행되는 치킨게임(Chicken game)과 유사한 형식 때문에 누구도 만족스런 결과를 도출하기 힘든 방식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가모형 개선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2023년도 수가협상에서 도입이 본격화됐고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의료물가지수(MEI) 증가율 모형 ▲GDP 증가율과 MEI 증가율 연계모형 등이 24년도 협상에 추가됐다.
하지만 인상률 1위를 기록한 대한한의사협회 협상단장인 안덕근 부회장은 “수가협상 과정에서 개선모형이 반영됐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의협 김봉천 부회장 “비합리적 인상률 통보”
가장 낮은 인상률을 받은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은 합리적 근거 없이 정한 밴딩 내에서 SGR 연구결과 순위로 인상률을 통보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부회장은 “거시적 지표 반영은 느끼지 못했으며 인건비, 관리비, 재료비 등 비용지출 증가에 따른 원가인상 자료 제출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1위부터 7위까지 그 누구도 효용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에 따르면 재정운영위원회에 변화된 수가모형을 포함한 환산지수를 전달했고, 밴드 산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했다.
이상일 수가협상단장(공단 급여상임이사)은 “연구를 통해 산출된 환산지수들을 재정위원회에 제공했고, 그런데도 단체들이 미미함을 호소한 것은 기대치보다 낮은 인상률 결과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수가협상 이후 수가협상단장인 건보공단 이상일 상임이사는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의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SGR모형은 매년 수가협상 때마다 공급자의 비난을 받는 주범 중 하나로 과거부터 공급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선이 꾸준히 요청된 사항이다.
수가협상을 주도한 이상일 이사도 “미국에서 SGR 모형을 폐지하게 된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이 이사는 수가협상만 3년 연속으로 맡아온 전문가로 그의 의견은 높은 신뢰도를 가진다.
이는 올해 SGR 모형 개선이 예고되면서 공급자단체 기대를 한껏 높였지만,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수가모형 개선에 다시 한번 힘을 싣는 발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임기 내 마지막 협상을 끝낸 이 이사는 현재의 SGR 모형을 유지하고는 공급자단체의 개선 요구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도 SGR 모형 사용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이 이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SGR 모형이 수년째 마이너스 수치를 도출하면서 법에 따라 수가를 25% 인하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고,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어 폐기에 이르렀다.
2025년 환산지수 대변화 예고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2025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시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은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비 조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간 수가 계약 시, 원가 대비 보상이 과다한 검체·영상검사 등의 수가도 함께 일괄 인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재정위는 “차년도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는 수술·처치· 기본진료비 등 원가 대비 보상이 낮은 분야의 수가 조정을 통해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에 활용토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상일 급여이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부대의견 중에도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연계해 상대적으로 원가보존율이 낮은 부분인 기본수술과 처치를 인상하자는 제언이 있었다”며 “올해부터 5월 15일까지는 논의가 진행했지만 주로 의원과 병원 유형”이라고 말했다.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 연계 시 전체 밴드 상향 문제, 균형점 도출 등으로 밴드가 축소될 우려가 있어 향후 대응 방향은 더욱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다만 고착화된 밴드 산출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만큼 공급자 불만을 해결할 새로운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례화된 제도발전협의체 새로운 희망될까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을 통해 이사장 직무대리인 현재룡 기획상임이사는 “제도발전협의체를 정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입자, 공급자, 전문가, 보건복지부, 건보공단으로 구성된 제도발전협의체를 활성화해 합리적인 수가조정 모형과 행위유형별 수가 불균형 문제 등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현 기획이사는 2024년도 수가협상에서 ▲SGR모형 개선 ▲재정운영소위원회와 공급자 건보공단 간 대면 소통 간담회를 괄목할만한 성과로 꼽았다.
현 이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현행 SGR모형과 개선된 5가지 모형으로 산출된 환산지수 결과 값을 수가밴드를 결정하는 참조값으로 활용해 객관적 산출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공급자단체들 의견과 상반되는 부분이 일부 있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그럼에도 각 단체들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발전협의체가 정례화됨에 따라 최소한 상호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또 올해 수가협상을 통해 공급자단체들의 희비가 교차했지만, 코로나로 왜곡됐던 지표들이 상당수 제자리를 찾아가는 신호도 감지돼 내년 협상에 대한 기대치도 높이고 있다.
2년 연속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윤석준 교수는 “지난번 수가협상에 비해 안정된 지표로 접어들어가는 신호가 목격된다”며 “내년도 협상에선 변동폭이 좁은 지표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공급자와 가입자 모두가 만족스러운 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일방 의견만 수용된 불통의 협상은 최소화되길 기대해 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