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에 근무하며 면허없이 방사선 촬영을 진행한 간호조무사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료기관 현지조사 과정에서 보건소 공무원들이 증표 및 조사명령서를 제시하지 않은 등 절차상 위법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정용석)는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간호조무사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간호조무사 A씨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이비인후과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했다.
2019년 4월경 성북구보건소는 환자의 민원 제기로 해당 병원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간호조무사인 A씨가 환자의 축농증 사실 확인을 위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이용해 촬영하던 현장을 적발했다.
현행법은 의료기사가 아니면 의료기사의 업무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A씨는 방사선사 면허가 없는 상황에서 방사선사의 업무를 진행한 것이다.
범죄 사실이 인정돼 A씨는 2019년 12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법 등에 따라 3개월간의 간호조무사 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보건소 직원들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기 때문에 처분이 무효하다고 주장했다.
보건소 직원들이 의료법 등에 따른 증표 및 조사명령서를 제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직접 확인서를 작성한 뒤 서명을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현지조사 관계 공무원은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및 조사기간, 조사범위, 조사담당자, 관계 법령 등이 기재된 조사명령서를 지니고 이를 관계인에게 내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A씨는 방사선 촬영 역시 의사의 허락 하에 진행됐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당시 병원에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의사에게 대신 방사선 촬영을 해도 되냐고 물었고 허락을 받았다"며 "의사 허가 아래 방사선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위반행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은 형사소송절차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에서도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이 사건 조사 당시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및 조사명령서를 제시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이번 조사는 절차를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A씨가 이 사건 확인서에 자필로 서명했다거나 의견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며 “A씨 주장을 판단할 필요 없이 절차상 위법이 명백하기 때문에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