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시간 제한으로 인해 의학계의 전공의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한안과학회가 전공의 학술활동·교육 강화에 방점을 두고 학술대회를 개편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수련시간 제한 공백 최소화하면서 환자 중심 안과의사 양성"
이종수 안과학회 제22대 이사장(부산대병원 교수)은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129회 춘계학술대회 현장에서 데일리메디와 만나 이번 학술대회에 전공의 프로그램을 강화한 배경을 소개했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이번 춘계학술대회는 실제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요소를 다양하게 마련한 게 특징이다.
외안부·백내장 및 굴절수술·성형안과·포도막·망막·사시소아안과·녹내장 등 10개 전문 심포지엄과 함께 학회가 자체 제작해서 전공의들에게 제공한 '건성안 진단과 치료' 책자가 그 예다.
이 이사장은 "전공의·봉직의를 위한 시간과 세부전문의·개원의를 위한 시간을 분리했다"며 "추계학술대회에서는 후자에 집중, 심도있는 학술 및 정책 주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24회째 신입 전공의 오리엔테이션 진행
안과학회는 올해로 24번째 신입 전공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같이 학회가 매년 별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은 의학계에서 흔치 않다는 게 이 이사장 설명이다.
학술대회 첫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5시간 동안 신입 전공의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행사는 학회 소개, 연차별 수련과정 및 학회지 투고규정 소개, 초청 강연, 분임토의 및 발표,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결정은 최근 전공의들이 병원 밖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및 최근 3년의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인해서다.
이 이사장은 "4년차 안과 전공의들은 학술대회가 하이브리드로 열린 지난해 처음 학술대회를 경험했다"며 "전공의 수련 시간도 줄었는데, 휴식 중에 별도로 나오게 하기보다 학술대회에서 많은 경험을 얻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술대회의 대면 경험 여부도 전공의들의 소중한 간접 경험을 좌우한다고 봤다.
이 이사장은 "전공의들이 부스를 돌며 기기와 약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질문하고 직접 사용해보는 경험이 중요한데, 온라인 학술대회는 그간 이런 경험을 단절시켰다"고 안타까워했다.
"새내기 안과의사들, 환자에 대한 배려심·세심함 갖고 출발했으면"
그는 전공의 교육 뿐 아니라 회원 자질 및 윤리적 가치관 확립에도 무게를 두고 이번 춘계학술대회를 구성했다. 안과의사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그에 대한 자신만의 고민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이사장은 "'의사 직업 윤리(김택중 인제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강연, 오리엔테이션 시간 내 시각장애인 전문예술단 한빛예술단 공연 등을 마련했다"며 "안과의사는 앞으로 시각장애인 등과 만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취지의 프로그램 연장선에서 이 이사장은 신입 전공의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
그는 "일보다 환자를 우선하는 마음을 갖고 안과의사 인생을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임상에서 업무가 쏟아지니 의사가 환자를 보다가 교수 등 다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며 "오히려 '지금 환자를 보고 있어 도와드리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선후배 의사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과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배려하는 방법 중 하나로 검사 시 '빛 세기' 조절을 꼽았다. 현미경으로 볼 때 의사들은 빛이 밝아야 잘 보이지만, 빛을 쬐는 환자들은 눈을 못 뜨고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처음에는 빛을 어둡게 설정하고 환자와 호흡하면서 차차 빛 세기를 올릴 수도 있다"며 "안과의사 다수도 경험했을 레이저·라식 수술의 기억을 떠올려 수술받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다정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이 의사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얻기도 잃기도 한다"며 "환자와 의사 관계가 날로 삭막해지고 있다. 의사가 사무적으로만 임하지 않고 먼저 바뀌면 경계심을 가진 환자들도 화답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