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전공의‧초음파 등 현안 산적, 굳건히 대처"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
2023.01.30 06:07 댓글쓰기

의료환경 급변 속 '제도 개선' 등 소신 행보 다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제격이겠다. 국내 26개 진료과목 중 가장 많은 전문의가 배출된 내과. 현대의학 시발점이자 필수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메이저 진료과목인 만큼 고민의 넓이와 깊이도 상당하다.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세부 전문의 확대, 타 진료과목의 지속적인 영역 침범, 전공의 수급난 해소를 위한 수련기간 단축 등 굵직한 의료 현안의 중심에는 늘 내과가 자리했다. 그럼에도 유구한 역사에 기반한 탄탄한 결속력으로 매번 난국을 헤쳐나왔다. 지난해 10월 임기를 시작한 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역시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산적한 현안을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조정' 우려


박중원 이사장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정부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 조정을 지목했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각한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기 위해 3년에 걸쳐 수도권 인턴정원을 231명을 감축하고 지방 수련병원에 재배치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비율을 5:5로 맞추기 위함으로, 올해 1차로 수도권 정원을 35명을 줄이고 지방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내과의 경우 현행 603명의 전공의 정원이 수도권 361명, 비수도권 242명으로 배정돼 있다. 정부 방침대로 5:5로 전환한다면 수도권 정원 60명을 비수도권으로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박중원 이사장은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비수도권 정원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도권 정원에서 할당하는 방식은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수도권 수련병원들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래, 입원,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 투입되는 인원을 감안하면 오히려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련기간 단축과 주 80시간제 도입 등으로 진료현장에서 전공의 인력 감소 체감도는 50%를 넘고 있다”며 “수도권 조차 진료공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등으로 내과 전문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적인 내과 전공의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그 근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오는 2035년까지 1만명 이상의 내과 전문의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박중원 이사장은 “내과는 과거 전공의 정원이 700명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603명으로 줄었다”며 “여러 시대적 흐름을 감안할 때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수도권 정원을 현행 242명에서 단계적으로 36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늘어나는 정원은 수련환경이 잘 마련된 지방 거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체 26개 전문과목의 전공의 총 정원이 3186명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내과에 정원을 더 배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에서 정원을 양보해야 하는 만큼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박중원 이사장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하석상대(下石上臺) 정책은 곤란하다”며 “전문과목별 적정 전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한 정원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시끄러운 초음파, 내부는 ‘중용’ 외부는 ‘강공’


최근 내과의 또 다른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초음파’다. 내과질환 진단에 중요한 장비인 초음파를 두고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논란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먼저 초음파를 둘러싼 내홍이 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 


대한임상초음파학회는 학회와 개원가의 대표적 상생모델로 손꼽혔지만 지난 2018년 평의원회 구성과 관련한 회칙 문제로 대한내과의사회와 결별했다.


이후 대한내과의사회는 대안 학회로 2019년 ‘한국초음파학회’를 창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학회와 개원가가 초음파를 놓고 상생이 아닌 반목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대표적 초음파 학회들이 분리돼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대한내과학회가 중재에 나서섰지만 묘책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중원 이사장 역시 취임 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두 학회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원만한 합의점 모색에 나서고 있다.


그는 “내과 전문의들이 주도적으로 창립한 초음파학회가 분리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절대적으로 통합이 필요한 만큼 이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부로는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2심으로 환송시켰다.


의료법에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없는 만큼 해당 행위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한내과학회는 해당 판결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판결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맹비난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이번 판결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무지함의 소산”이라며 “국민 생명와 안전을 포기하고 의료계의 혼란을 초래한 이번 판결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는 즉시 의료인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는 의료법 개정에 나서는 한편 파기환송심에서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입원전담전문의, 5년차 전공의 취급 현실


최근 병원계 화두인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전문가가 아닌 대체인력 정도로 인식하는 현실이 제도화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입원전담전문의는 대한내과학회의 아픈 손가락이다. 전공의특별법 시행 등으로 진료공백의 우려가 확산되면서 내과학회가 직접 고안해 낸 제도가 바로 ‘입원전담전문의’였다.


이후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5년 넘는 세월 시범사업이 진행됐고, 2021년부터 입원전담전문의 수가가 전격 도입되면서 제도화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입원전담전문의 확보 비율이 가점 항목으로 포함되면서 대학병원들이 치열한 인력 확보 경쟁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폭발적인 진료현장 수요에 반해 정작 입원전담전문의를 자청하는 공급이 부족해 좀처럼 안착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중원 이사장은 “일선 진료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단순히 전공의 4~5년차로 인식하는 경향 탓에 해당 인력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사직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짚었다.


이어 “새로운 인력 유인책과 함께 기존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지속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대한내과학회는 산하에 ‘입원의학연구회’를 만들어 입원전담전문의들을 입원전담 전문가로 성장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진료 공백을 채우는 대체인력이 아닌 전문가로서 대접받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위해 어떤 제도들이 마련돼야 하는지를 제시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중원 이사장은 우선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처우 및 수가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야간 전문 전담의 △당직 부담 완화 등 대체인력과 휴일에 대한 고려가 전무한 작금의 상황에서 탈피해 입원전담전문의들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선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에게 이러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수가 현실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중원 이사장은 “입원전담전문의 필요성은 앞서 충분히 확인된 만큼 이제는 제대로 정착시키려는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논의 기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진료 전문가로 인정받아 입원 관련 행정, 연구, 전공의 수련, 학생 교육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학회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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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02.03 18:03
    내과학회 = 수도권병원 내과 쌉수들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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