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료기관 방사선 피폭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환자들이 머무르는 대기공간에도 기준치를 훌쩍 넘는 방사선이 검출돼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X-ray, CT 등 영상검사 과정에서 방사선 노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검사실 밖에서도 피폭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대한의료영상진단협회(회장 박재성, 순천향대부천병원 영상의학과)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방사선 안전관리를 위한 환경선량 측정 및 최적화 기술 개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협회는 의료방사선 관계 종사자들의 피폭선량 감소를 위해 자체 비용을 들여 3년 연속사업으로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며, 이번 조사는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결과물이다.
2차 년도 연구는 국내 전국 9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의료기관 내 100여 곳에 유리선량계를 배치, 방사선 환경선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X-ray 촬영실, 방사선 검사실은 물론 의료종사자 업무공간, 심지어 환자들의 대기공간에서 0.21~5.31mSV의 방사선 누설 누적 선량이 검출됐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권고안과 우리나라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1년 동안 허용된 방사선 유효선량은 1mSV이다.
즉, 이번 결과만 놓고 보면 이들 병원에 근무 중인 종사자의 경우 3개월 만에 법적 한도를 5배 이상 초과한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사에 따르면 방사선 관계 종사자가 근무하거나 대기하고 이동하는 공간 3개월 누적선량에서도 0.39mSv~14.43mSv가 측정됐다.
관련법상 방사선 관계 종사자에게 1년 간 허락된 누적선량은 20mSv다. 방사선 관련 종사자들의 과 피폭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머무르는 대기공간의 방사선 누설 누적선량이 지난 1차 년도 조사에 비해 200%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의료방사선 관계 종사자가 활동하는 공간에서도 연간 피폭선량 허용한도인 20mSv보다 무려 288% 높게 측정됐다.
대한의료영상진단협회는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기준 강화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방사선 안전관리의 세계적 모범이 되고 있는 일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본의 누적선량 기반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기준은 ▲촬영실벽 외부 1.0mSv/1주 ▲관리 구역 경계․병실 1.3mSv/3개월 ▲사업소․거주지역경계 250μSv/3개월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의료기관 선량관리는 일본의 ‘누적선량’과는 다른 주당 가동량을 고려한 ‘조사선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촬영실 천장, 바닥 및 주위 벽 외측에서의 방사선 누설선량은 주당 100mR 이하, 일반 사람이 통행 또는 거주하는 방향에 설치된 방어벽 외측 누설선량은 주당 10mR 이하다.
박재성 회장은 “방사선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선원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방어 개념을 전환해야 한다”며 “일시적 조사가 아닌 장기간 수치를 통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이어 “방사선 관계 종사자와 책임자의 주기적인 교육 의무화와 함께 의료기관 내 방사선 안전관리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방사선 피폭과 관련한 산업재해 인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 소재 병원에서 20년 동안 근무했던 A방사선사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 방사선에 의해 질병이 발생된 것으로 인정받아 2018년 2월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치료 방사선 검사를 진행하는 치과 파노라마 장치를 설치하던 B엔지니어도 방사선 장비 설치와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피폭됐고, 질병과의 인과성이 확인돼 산재가 인정됐다.
이 외에도 32년간 민간항공사에서 조종사로 근무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조종사 D씨역시 최근 방사선 피폭에 의한 산재 인정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