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혈압 측정은 중요하지만 의료인 관심은 여전히 낮다. 측정 과정 및 측정 후 피드백과 관련해 급여 인센티브 및 지원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수가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4일 대한고혈압학회 제56차 춘계학술대회 가정혈압포럼에서 가정혈압 측정 활성화 및 대응 방안을 논했다.
아시아 가정혈압 조사(Asia Home BP Survey) 한국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의사들은 가정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관심은 저조했다.
이 조사는 한국, 일본, 베트남, 중국, 인도 등 11개국 의료진 79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한국에선 200명이 참여했다. 내과의 64.5%, 일반의 23%, 기타 12.5% 등으로 구성됐다.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혈압에 대해 한국 의사들은 '진료실 혈압(47%)'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이어 가정혈압(33.5%), 활동혈압(19.5%) 순이다.
가정혈압 측정 권고 여부에 대해 81.5%가 '권고했다'고 응답했고, 가정혈압 측정 시 권장되는 혈압계로 '전자식 혈압계(85%)'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아네로이드 혈압계(5.5%), 수은혈압계(9%) 등이다. 가정혈압 측정 시 권장되는 자동혈압계로 '상완혈압계(79.5%)', '손목혈압계(7%)', '손가락혈압계(0.5%)' 등으로 답했다.
가정혈압 측정을 권고하는 기간은 1일(90%), 2일(11%), 3일(26%), 4일(5.5%), 5일(11.5%), 6일(0.5%), 7일(36.5%) 정도로 파악됐다.
가정혈압으로 측정한 경우 혈압의 기준은 130/80(24.5%), 135/85(6%), 140/90(25.5%), 기타(44%)로 나타났다.
박재형 충남의대 교수는 "환자 진료 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혈압으로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진료실 혈압'을 꼽았다"며 "그 원인으로 가정 혈압계가 부정확해 믿기 어려우며, 측정 후 피드백에 대한 수가가 없는 점이 꼽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 혈압계의 가격은 통상 5~10만원 수준으로, 개인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환자가 상당하다"며 "기술적으로는 혈압 측정치를 의료정보시스템에 넣으려면 새로운 기계와 장치 등이 필요하며, 수치 분석 시 비용이 든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가정혈압 측정 활성화를 위해 가정혈압 측정 장비와 시스템 지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동시에 건강보험공단의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해결책이 제시됐다.
조비룡 서울의대 교수는 "가정혈압 측정 및 활성화를 위해 장비 구매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며 "측정 후 결과 분석 및 상담, 진료에 대한 수가 책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미국에선 메디케어를 통해 혈압 측정·수집·해석·저장·전송 및 의료진 교육에 대한 비용을 상환해주고 있다"며 "의사 설명시간, 노력, 의료기기 보험수가 제공 부족이 가정혈압 측정 확산의 걸림돌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가정혈압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수가 지원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다.
이미 일차의료 만성질환 환자관리 사업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며, 가정혈압 측정 및 상담 수가가 적용되려면 경제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오주연 부장은 "가정혈압 측정은 진단 및 약물조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가정혈압 측정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차의료 만성질환 상담수가를 통해 질환이나 생활습관 상담 시 1~3만7000원까지 지원하고 있고, 환자관리료와 비대면 진료 시 분기당 3만원씩 보상해주는 수가도 있다"며 "가정혈압 측정 및 상담수가가 별도로 신설되려면 많은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부장은 "꾸준히 가정혈압을 측정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합병증 예방이나 의료비 절감에 어느 정도 도움을 받는지 등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연구결과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근거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