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실밥도 풀지 못한 상태로 쫒기듯 퇴원하다 보니 재활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입니다. 결국 요양병원을 전전하다 기능 회복의 기회를 잃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한재활의학회 이시욱 신임 이사장(서울대병원)이 기형적인 재활의료 전달체계에 일침을 가했다. 임기 동안 이를 바로잡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시욱 이사장은 “재활의료 시스템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재활난민은 여전하다”며 “기능 회복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급성기 재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모름지기 재활은 급성기→회복기→유지기라는 흐름이 이뤄져야 하지만 작금의 재활의료는 급성기가 빠진 상태로 회복기나 유지기 치료현장으로 떠밀리는 형국이라는 분석이다.
즉 상급종합병원 수술 후 제대로된 급성기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기능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이는 ‘재원일수 최소화’가 지상과제인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영환경, 중증환자 비율을 맞춰야 하는 제도적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라는 분석이다.
이시욱 이사장은 “급성기 재활은 부연이 필요없을 만큼 중요하지만 병원들 입장에서는 재원일수가 길어지면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아 재활을 배척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자격 유지를 위한 중증도 비율면에서도 재활환자는 중증도가 낮게 책정돼 있는 탓에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급성기 재활은 장애 발생률과 직결돼 있는 만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성기 재활을 받지 못하고 퇴원한 환자들이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라도 이용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요양병원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시욱 이사장은 “요양병원이 재활의료에서 최후 단계인 유지기나 만성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기능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에서 충분한 급성기 재활치료 후 회복기, 유지기로 이어지는 전달체계 확립이 시급하다”며 “임기 동안 기형적 전달체계 개선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달체계 부재로 기능 회복 기회 놓치는 환자 부지기수”
“재활환자 달갑지 않게 보는 대학병원 실정 안타까워”
“통증치료‧주치의 등 회원 권익보호 최선”
그 대안으로는 △상급종합병원 급성기 재활 시범사업 △의료기관평가인증 항목에 ‘재활’ 영역 포함 △의료질평가지원금 평가항목 포함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제도적인 강제성이 수반돼야 작금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시범사업 시행과 함께 각종 평가에 ‘급성기 재활’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성기를 간과한 작금의 재활의료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고 있는 형국”이라며 “환자 기능 회복,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재활의학회 최은석 회장(대전성모병원)도 재활의료 전달체계 개선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최은석 회장은 “뇌졸중은 3개월, 수술은 1개월 이내에 기능 회복 여부가 판가름 난다”며 “초기 집중재활이 제대로 이뤄지면 상당한 의료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재활의료 수준은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라왔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며 “환자의 기능 회복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진중한 천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임 집행부는 회원 권익보호도 천명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과 그에 따른 보상체계도 확실히 확립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이시욱 이사장은 그 중에서도 ‘통증’에 주목했다. 재활의학 강점을 살려 단순한 통증치료를 넘어 운동처방에 이르는 통합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근골격계 초음파를 통한 진단과 원인 분석부터 각종 물리치료 장비를 통한 치료까지 재활의학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만큼 통증에 최적화된 전문과목”이라고 피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장애인 주치의제 타 진료과목 참여 확대 주장에 대해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시욱 이사장은 “장애 전문가가 주치의를 맡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주장애는 재활의학과에 맡기고 일반주치의를 통해 장애인의 다른 질환을 담당하면 된다”라고 일침했다.
이어 “앞으로 장애인 주치의제는 더욱 활성화 돼야 하는 만큼 재활의학회 회원들의 관련 교육을 받고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독려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