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제자 씨 말라가는 소청과, 미래 장담 못해"
나영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
2022.12.05 05:19 댓글쓰기

2023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소아청소년과 분위기가 심상찮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에 기인한 전공의 충원율 감소세가 예사롭지 않은 탓이다. 젊은의사들의 기피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소아청소년과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다다랐다. 전공의 감소는 전문의 감소를 낳고, 이어 세부 분과 전문의 확보난으로 이어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이유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역시 전공의 기피현상에 우려감이 그윽했다. 


Q. 전공의 모집 시즌이 임박했다. 올해 전망은

예년보다 더 참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0%대로 떨어진 후 2020년 74.1%, 2021년 38.2%, 2021년 27.5%로 급감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수련과정을 3년제로 개편했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 


Q.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복합적이다. 먼저 사고 방식이 변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는 업무 로딩이 많은 소청과를 기피하고 있다. 소아진료가 성인과 달라 어렵고 힘든 점도 원인이다. 소청과는 업무 강도와 위험이 높다는 인식이 강하다.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점도 소청과를 꺼리는 이유다. 아픈 아이의 진료보다 예민한 보호자를 상대하는 일이 더 어렵다. 보호자들은 치료에 대한 기대감도 높고, 궁금증도 많다. 진료시간이 성인환자보다 몇배는 더 걸린다. 어떤 보호자는 수첩에 질문을 10개씩 적어와 10~15분 넘는 시간을 상담에 쓰기도 한다. 그러나 본인부담금은 500원 정도다. 업무량에 비해 보상은 적으니, 지원자로서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도 소청과를 기피하게 한다. 환자의 생명과 직접 연결되는 필수과에선 의료사고나 환자의 치료결과에 따른 의료소송 부담이 더 크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개원가 경영난을 목도하기도 했다. 감정노동, 육체노동, 중환자 커버, 수입 감소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Q. 기존 인력들의 업무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

지금 4년차가 2019년 지원자인데, 당시 지원율이 100%였다. 당시 소청과 정원이 170~18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지원자가 한자리수라는 소문까지 들린다. 소위 '빅5 병원'이라고 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매년 1명씩이라도 충원돼야 명맥이 유지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전공의 4년차가 내년 2월에 있을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12월부터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다. 내년 1~2월이 두려울 정도다. 


Q. 전공의 부족이 교수 이탈로 이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학회 차원에서 인원 변동을 파악하지 않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전공의 부재로 인한 업무가 전임의, 전임조교수, 임상조교수에게로 전가되면서 힘들어하며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젊은의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건 응급실 당직이다. 전공의만 끝나면 당직에서 졸업하겠구나 생각하며 버텼는데, 전임의가 되도 당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번아웃이 쉽게 온다. 이런 상태로 교수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된다.


Q. 예년 대비 업무 부담이 어느정도 늘었나

전공의 감소로 교수들이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전국 수련병원 중 62%에서 대학교수들이 야간당직을 서고 있고, 2주에 한 번 이상 당직을 서는 곳도 50%에 육박한다. 매주 당직을 서는 곳도 20%나 된다. 교수들이 당직 근무에 투입되고 있음에도 전국 수련병원 중 시간 제한 없이 24시간 응급실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곳은 38%에 불과하다. 원래 응급실 당직을 서고 나면 다음날 휴식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 팍팍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진료도 그대로 봐야 하고 논문도 써야 하니, 늘 번아웃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공의 기피현상 심각하지만 해법 없어 암울"

"전문의 배출 인원으로 중증 소아질환 등 세부분과 전문의 육성 못해"

"소아청소년학 발전 저해 우려, 소아가산 등 보상 강화 시급"

 

Q. 중증 소아질환을 담당할 의사도 부족해지는 것 아닌가

올해 30% 정도가 충원된다고 가정하면 3년 뒤 배출되는 전문의 수는 약 60명이다. 이 정도 숫자로는 세부분과 전문의를 육성하기 어렵다. 사실 세부분과 전문의가 사라지는 데 10년도 안 걸릴 것이다. 올해 소청과 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을 사수하지 못한다면 전공의 및 전문의 감원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한 번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 재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Q.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세부분과 전문의 양성에 제동이 걸리고, 관련 학문 발전도 저해된다. 소청과는 감염, 내분비, 소화기영양, 신경, 신장, 알레르기 및 호흡기, 혈액종양, 신생아, 심장 등 9개 세분분과 전문의가 있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 이미 소아감염, 소아신장, 소아심장 분과 지원자는 전무했다. 소아신경과, 알레르기 및 호흡기, 혈액종양 분과전문의도 1명씩에 그쳤다. 이미 분과전문의가 없는 지역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소아 중증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러 서울로 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세부 전문의가 부족하면 향상된 의료도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Q. 해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일본이나 프랑스에선 출산율 저하로 소아청소년과 의사 감소 우려를 대비해 지원책을 마련했다. 소아가산, 진료비 증액 등과 같은 충분한 보상과 지원이다. 실제 효과도 있었다. 


Q. 작금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소아청소년 수가 가산, 상담 수가 신설 등 수가구조 개선해야 한다. 중증도에 맞는 진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입원진료비 수가 중증도 가산 정책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소아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 응급실 등 전담 전담의를 고용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재정지원과 전문의 중심 진료를 위한 진료 보조인력 고용도 지원해야 한다. 이런 사항을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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