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업을 앞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의 암초로 지목됐던 환자본인부담률이 20%로 가닥이 잡혔다.
10%를 요구한 의료계와 30%를 주장한 정부가 모두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내과의사회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5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밝혔다.
박근태 회장은 "본사업에 앞서 여러 쟁점들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라며 "가장 중요한 쟁점은 환자본인부담률인데, 20%로 합의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는 시범사업처럼 본사업에서도 10% 본인부담률 적용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기존 정책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30%를 고수했다"며 "하지만 시범사업 결과 65세 이상 노인들에서 응급입원율이 줄고, 피검사도 많이 했으며, 의료비 지출 절감 등 효과를 확인해 타협점을 찾았다"고 부연했다.
박 회장은 "물론 10% 적용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제도 시행이 더 지체된다면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여겨 수용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했다.
"분리청구 방식 도입 시 환자 부담금 줄어"
"트윈데믹 대비 위해 코로나19·독감 진단 가능 '콤보키트' 필요"
내과의사회는 환자본인부담률 20%와 함께 청구 항목 조정 및 방식에 대해서도 정부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환자본인부담금에서 진료항목은 따로하고 교육은 추가로 청구하는 분리청구 방식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며 "본인부담이 20%라고 가정할 경우 일반 청구 시 환자 부담 비용이 1만원이 넘지만, 분리 청구를 하면 9000원대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 청구와 함께 코드화 작업도 의논 중"이라며 "신속항원검사처럼 코드화 작업을 해 두면 청구 업무를 할 때 자동으로 코드가 떠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의 또 다른 쟁점인 '케어코디네이터'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세부 내용은 소위원회에서 조율해 결정할 방침이다.
박근태 회장은 "간호사 및 영양사 등 케어코디네이터를 의원이 고용하는 데 대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여겨 협의하고 있다"며 "환자본인부담률과 케어코디네이터에 관한 사항만 정리되면 본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내과의사회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커지면서 '콤보키트' 도입도 요구했다.
박근태 회장은 "트윈데믹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계속 나오는데,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콤보키트 도입은 아직 요원하다"며 "심평원에서 콤보키트가 신의료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하루 빨리 진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과의사회는 이날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현재 이 영역에 몸담고 있는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강화 및 처벌 위주 법안 폐지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의사회는 "최근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문제제기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정권에서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하고 위급하지 않으며 비용효과성이 낮은 치료와 검사를 급여화해 필수의료 영역이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마저도 분석심사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한 저수가 기조를 유지하면서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내과 전공의 지원 부족과 최근 5년간 10%에 달하는 내과 전공의 중도 이탈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필수의료의 정의에 맞는 분야에 대한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고,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 수 증원이 아닌 현재 필수의료 영역에 몸담고 있는 의료인력과 의료기관에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이와 함께 방어 진료를 조장하는 처벌 위주의 법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