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바탕을 더 이상 헌신과 사명에 두어서는 안 된다. 혹독한 운명과 싸워갈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10일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공동으로 개최한 국회 토론회 '수술방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한다'에서 전문가들의 이 같은 성토가 쏟아졌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는 신경외과학회, 뇌혈관외과학회, 뇌혈관내치료의학회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사건 이면에 가려진 의료현장 민낯을 파헤쳤다.
이날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유명(幽明)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사건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전문의 부족"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분야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경외과 전문의 배출 계속 줄어드는 실정
대한뇌혈관외과학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뇌동맥류에 대해 개두술이 가능한 뇌혈관외과 의사는 전국에 약 150명이다. 전국 전공의 수련병원이 88개라는 점을 고려해 한 병원에 2명씩 잡아도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이나 상급종합병원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의사가 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1명씩 배정되는 상황도 많은 게 현실이다.
특히 1년 365일 당직 개념으로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 100명 이상의 전문의가 필요하나 신경외과 전문의 배출 수가 해마다 줄어들다 보니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특히 신경외과는 전공의 수련 중도 포기 비율이 높아 2018년 89명의 전공의가 신경외과에 지원했지만 2022년 배출된 인력은 78명에 그친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는 필수의료 분야가 한국 의료시스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만성적인 저수가 체제 개선이 핵심이라고 짚으며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들이 설 자리가 마련돼 있는지 살펴봐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공정하다고 믿는 시대에 현 수가나 보상 체계가 의료인에게 충분히 매력적인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필수의료 분야가 더 이상 사명과 헌신이 바탕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특히 본인이 시행한 수술 실적을 공개하면서 비현실적인 실태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개두술 결과를 보면 인건비와 재료비, 경비를 모두 포함한 원가 104%를 소진했다"고 밝혔다. 의료 이익으로 따져 보면 마이너스 4%인 셈이다.
김 이사는 "클립핑(개두술이 필요한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을 하려면 클립이 있어야 하는데 핵심 장비 단가가 태국 및 대만과 비교하면 각각 50%, 30%로 낮다"며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누구를 배를 불리겠다는 의도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수의료분야 진료역량 강화 해법으로 ▲필수의료분야 수가가산 ▲인재교육, 배출 가능한 호의적 진료환경 구축 ▲선의의 진료 행위 결과에 대한 면책 보장 ▲행위 상대가치점수 현실화 ▲의료정책 주요 의사결정 구조 합리화 ▲인적자산 확충 및 지역별 균형 분배에 선제적 국가 지원 등을 제안했다.
전공의 정원 확보 위한 수련환경 개선 필요
김대현 대한신경외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전공의 정원 확보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이사는 "각 전문과목학회의 전공의 목표정원을 조정해 미충원율 매년 8%을 증원해 약 250명의 목표정원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대형병원이 신설되는 증가 만큼이라도 우선 목표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필수의료 관련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인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정부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승훈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정책이사는 "현재 심뇌혈관질환관리 중앙지원단에 신경외과가 배제돼 있다"면서 "급성기 뇌졸중적정성 평가 기준에 급성뇌경색 치료 핵심인 혈전제거술에 대한 평가 지표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응급의료센터 사업과 같은 축으로 심뇌혈관질환 센터 사업으로 국가가 응급의료자원 공급부족 해소와 최종 진료과의인력 향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가산 동의, 우선 순위 선정 필요"
이날 보건복지부 고형우 과장은 전문가 의견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필수의료 가산 필요성에 동의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필수인력 확충 등은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라고 공감했다.
그는 다만 "필수의료 가산을 한번에 추진할 수 없다보니 우선 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어디부터 지원해야 효과적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인력확보 방안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고 전공의 정원 확대 요구도 있어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