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원인을 분석한 글로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가 다시 한 번 의견을 피력했다.
필수의료 영역인 뇌수술과 관련해 수술을 할수록 적자인 건강보험 수가 구조와 그에 따른 인력 채용의 난맥상을 냉철하게 짚어냈다.
방재승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화려한 한국 대형병원의 취약한 그림자’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해당 기고문을 통해 화려해 보이는 한국의료의 이면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중에서 개두술을 수행하는 뇌혈관외과 의사를 구할 수 없는 의료환경은 외면한 채 마녀사냥 하듯 해당 병원을 비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 교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뇌혈관외과 의사 부족”이라며 “1년 180일 이상 당직을 서야하는 생활을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 있는 직업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뇌혈관외과 의사가 부족한 또 다른 원인으로 뇌수술을 하면 할수록 수익이 감소하는 현실을 지목했다.
방재승 교수는 “뇌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익이 감소하는 현실이기에 굳이 뇌혈관외과 의사를 더 구할 필요성 자체를 못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구하려 해도 요즘 뇌혈관외과 전임의 과정을 거치고 나온 의사들 대부분이 뇌혈관외과 수술보다 덜 힘든 신경중재 분야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 숫자는 늘지 않고 줄어만 가는 게 문제이고, 국민 건강을 위해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획기적 수가 개선 없이는 해결책 없고 돈 문제인데 다른 논리 펴는 사람들 보면 참담"
무엇보다 저수가 구조를 한국 의료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방재승 교수는 “획기적인 수가 개선 아니고는 해결책이 없다”며 “누가 뭐라고 해도 돈 문제인데 아니라고 우기거나 다른 논리를 펴는 이들을 보면 참담한 마음”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실제 한국의 수가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의료 수가의 상대적 가격 수준을 미국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OECD 평균은 72, 일본은 71, 한국은 48 수준이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의 구 공산권 국가 밖에 없다. 뇌혈관외과 분야 수가는 일본의 1/4 수준이다.
방 교수는 “조삼모사식 총액제한 정책으로는 국내 뇌혈관외과 의사의 씨가 마를 것”이라며 “획기적인 수가 개선 말고는 해답은 없다”고 설파했다.
이어 “정책적 지원 없이 단순하게 의사 월급이나 당직비 조금 올려주는 것으로는 뇌혈관외과 의사의 소멸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