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이 두렵다. 평소 200명 정도가 응급실은 찾는데, 올해는 2배 이상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환자와 발열 환자가 뒤섞이면 응급실이 마비가 될 텐데 걱정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26일 서울 용산 의협 임시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재구축 및 필수의료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상급병원의 응급실은 재난 상태였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더 심각하다. 응급실 내 환자 감염을 우려해 발열이 있는 환자는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열이 나는 소아나 산모는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장거리 이송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증환자가 발열이나 코로나19 확진자라면 이송은 더 어렵다.
이 회장은 "지난 3년간 현장에서 느끼기에 효과적이었던 응급의료정책이 없었다"며 "아직도 발열환자, 확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응급의료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도 없어 다가오는 추석 명절 및 겨울 코로나 재유행 시 사망자가 상당히 나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정부는 대응 여력이 충분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언론과 국민도 코로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상태다. 응급의료 시설, 인력, 장비, 시스템 등 응급의료 인프라가 감염병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준비는 커녕 시도조차 않는다"고 덧붙였다.
"2급 법정 감염병으로 관리체계 전환하고 응급진료 기준, 병원 자율 맡기자"
의사회는 의미없는 확진자 수 집계를 멈추고, 2급 법정 감염병에 준하는 관리체계로 전환을 촉구했다. 코로나 응급진료에 대한 기준과 제한을 중단하고, 각 병원 자율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119지역상황실과 지역전원조정 상황실은 종증응급환자 이송과 배치 업무로 복귀하고, 응급의료 컨트롤 타워를 재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김태훈 정책이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정책을 만들고 심의하는 '중앙응급의료위원회'는 비영리민간단체, 공무원을 위원으로 포함한 협의체로, 현장 전문가들 의견 개진 통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응급의료기관을 지휘 감독하고 응급의료 관련 업무를 조정, 지휘해야 할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립의료원 산하로, 실체도 불분명한 공공보건의료본부 아래 자리하고 있어 독립적인 정책 개발 및 시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대응뿐만 아니라 중증응급환자 및 외상환자의 적절한 응급처치를 위한 구조 및 이송, 치료에 이르는 다양한 업무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필수의료 개념 정립·최종 목표 설정"
또한 의사회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비롯된 필수의료 논의가 의대 정원 확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필수의료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최종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지금 현장 의료진들도 좌절과 탈진으로 이탈하고 있는데, 의사 정원을 확대해서 먼 장래에 필수의료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해법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한 장기적 인력 계획과 함께 필수의료 지원 및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의료법 제3조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필수진료과목을 필수의료로 지정하는데, 여기에 응급의학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환자 생명과 직결되며, 인권적 차원에서 제공해야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응급의료도 필수의료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최 홍보이사는 "이처럼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최종목표 설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내야 한다"면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가 논의체를 즉각 구성하고, 응급의료 대책 마련 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