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과학회 김재문 신임 이사장의 취임 일성에는 위기감이 묻어났다. 시대적 흐름상 신경과 환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할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우려였다.
신경과는 치매, 파킨슨병 등의 퇴행성 노인질환과 뇌졸중, 뇌전증, 수면질환, 두통, 어지럼증, 통증 등을 진료하는 전문과목으로, 고령화 시대에 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증가하는 노인인구 대비 의사 수가 부족하다. 국내 노인인구는 2012년 15.7%에서 2020년 20%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신경과 전공의는 104명에서 82명으로 감소했다.
노인인구는 10년 새 1/4이 늘었지만 이들을 치료할 신경과 전공의는 오히려 1/5이나 줄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전공의 수 감소는 기존 의료진의 업무강도 가중으로, 이는 또 격무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와 인턴들의 전공 기피 등 악순환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최근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정기총회에서 제40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재문 신임 이사장이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전공의 업무 강도 심화, 정상적인 수련 불가능하고 지레 포기하는 젊은의사들 증가 안타까워"
김재문 이사장은 “전공의 정원이 줄어들면서 진료인력과 업무 강도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며 “정상적인 수련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젊은 의학도들이 신경과의 심각한 업무 강도를 보고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아 안타깝다”며 “신경과 전공의 정원은 시급히 증가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신경과학회 최초의 비수도권 이사장으로서의 비장한 각오도 전했다.
실제 그동안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은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도맡아 왔다. 비수도권에서 이사장이 선출된 것은 이번 처음이다.
김재문 이사장은 “최초의 비수도권 신경과학회 이사장으로서 노인인구 비중이 더욱 높은 비수도권 지역 신경과의 진료역량 강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역시 풀어야할 숙제다.
그는 “진료 중요성에 비해 신경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며 “꾸준한 홍보에 더해 국민들에게 신경계 질환 예방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민의 뇌 건강 향상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언론, 국회, 정부와 힘을 모아 국민 건강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재문 이사장은 충남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로, 뇌전증과 두통 권위자다. 대한뇌전증학회 이사장, 대한두통학회장 및 대한 임상신경생리학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22년 3월까지 향후 2년 동안 대한신경과학회를 이끌게 된다.
한편, 신경과학회는 신임 회장으로 원광의대 산본병원 석승한 교수를 선출했다.
석승한 회장은 대한치매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노인신경의학회 회장, 중앙치매센터 전문위원,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