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이제 '원격의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그동안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던 의료계와 산업계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미래 토론회'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한 각계의 진일보된 입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제자로 나선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병원장(한국원격의료학회 학술위원장)은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해 산업적 접근보다 환자의 편의·미래의학 고려, 단계적 확대, 의료전달체계 유지, 현실적 수가 등을 꼽았다.
지난 1988년 시작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산업적인 부분이 부각돼 반대에 부딪혔지만,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는 만큼 환자 편의 및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생각하자는 제안이다.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도입된 전화 상담 및 처방(비대면 진료)과 마찬가지로 격리·재난 상황, 의료취약계층, 만성질환, 단순재처방, 남성의학, 공공의료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의료전달체계 정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남종 병원장은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개원가-대학병원 간 상생모델이 필요하다”며 “결국은 수가가 반영돼야 하고, 의료의 질 저하 우려 해소, 정보 보호 등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대표로 나선 코스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오수환 공동회장(엠디스퀘어 대표)은 한시적으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 후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원격의료 제도화를 위해 일차의료기관 중심, 경증·만성질환 등 효과적인 부분부터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의료사고 책임소재에 대한 의료인 부담 완화, 의료기관 편중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도입(비대면 진료건수 상한 도입), 이용자 건강정보에 대한 보안대책 제도화 등도 촉구했다.
이중 일차의료기관 중심, 원격의료 건수 상한 도입, 의료사고 책임소재 완화, 경증·만성질환자 대상 등은 의료계가 꾸준히 강조해 온 주장이기도 하다.
수가와 관련해서도 그는 “현재 전화 상담 관리료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진료시간이 짧게는 3~4분, 길게는 10분 이상 늘어날 수 있는데, 시간에 따라 수가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는 “늦은 저녁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바쁜 현대사회 직장인 등을 고려할 때 보편적 의료체계 관점에서 환자의 고민을 나누고 싶다”며 원격의료 대상 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9·4 의정합의에 따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일차의료기관, 대상 범위 한정 등을 원칙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원격의료 도입의 가장 큰 난관은 법적 근거”라며 “지난해 의협과 논의 과정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의료계와 논의해 추진할 것인지 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OECD 32개국이 원격의료를 추진한다고 했는데, 외국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향을 찾을 것”이라며 “대상, 범위, 기준 등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