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이 지난 1일 오전 10시를 넘겨서야 간신히 마무리됐다. 보험 재정의 지출 규모를 결정하는 협상인 만큼 올해도 우여곡절이 많았으며, 공급자 단체들은 찜찜한 마무리를 해야 했다.
지난 5월 31일부터 진행된 수가협상은 올해도 결국 법정 기한을 넘어 6월 1일까지 이어졌다.
5월 개최된 2차 재정소위에서도 추가소요재정(밴드)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한 공단은 31일 오후 7시부터 3차 재정소위를 열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 끝에 추가재정 규모가 나왔다. 그러나 공급자 단체 협상단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수진 보험이사는 "지난해 1차로 제시된 밴드보다 올해가 더 낮다“며 "협상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공급자 측 제안과 차이가 많이 나고 지난해보다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추가 협상에서도 각 유형별 공급자 단체들은 "갈 길이 멀다", "할 말이 없다"며 서둘러 협상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6월 1일 새벽 세시부터는 추가 재정소위가 열렸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회의 뒤 세벽 네시 경부터 각 단체별 추가협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6차 협상에서도 각 단체들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생각할 수 없는 수치를 받아서 드릴 말씀도 없다"며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부회장도 "(추가협상을)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고 아니면....."이라며 어두운 얼굴로 말끝을 흐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럴거면 수가협상단 왜 꾸리느냐”
이처럼 공급자 단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상률 및 추가재정 규모의 간극이 너무 컸던 탓이다.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측에서 결정한 인상률은 전체 평균 1.98%였다. 추가재정은 1조84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올랐지만 인상률이 1%에 그쳤다는 점에서 공급자 단체들은 충격에 빠졌다.
실제로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한 병협 측도 지난 2년간 연속 결렬이라는 맥락을 고려한 결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병협은 당초 1.8% 수준의 인상률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5%인상률에 합의한 치협 마경화 부회장은 “진이 다 빠졌다”며 “협상이 계속 결렬될 경우 리스크를 따져서 타결을 하긴 했는데 회원 분들에게 혼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의협 또한 협상 기간 중 실익을 따져 타결 쪽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2.1% 인상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매년 공단 재정위가 일방적으로 정한 추가재정 내에서 공급자 간 서열을 매겨 나눠주는 방식의 협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며 “이번 협상 결렬은 공단 재정위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가협상단에 소속된 대한일반외과의사회 좌훈정 회장은 “이럴 거면 재정위가 수치를 통보하라. 협상단은 뭐하러 있느냐”며 “차라리 예전처럼 고시 형태로 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협상장을 빠져나갔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공급자 단체가 제안한 인상률 및 추가재정과 가입자 단체가 생각했던 범위가 차이가 너무 컸다”며 “올해 말 수가협상 구조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양측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와 같은 수가협상 방식에 가입자와 공급자 단체 모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만큼 발전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