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 인식 개선·조기진단 실천 등을 위해 지난 1년 반 동안 달려온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우리나라만의 항암신약 및 신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15일 국립암센터가 개최한 제 14회 국제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그는 국내 5년 암 생존율이 향상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서 원장에 따르면 국립암센터가 생기기 전인 약 20년 전에는 암 5년 생존율이 43%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0%에 이른다.
특히 위암의 경우 한국은 5년 생존율이 75%를 기록한 데 비해 미국·영국 등 서구권은 20~30%로 나타나며 큰 격차가 난다는 설명이다.
서 원장은 “서구에서는 대장암이 많긴 하나 우리나라는 1차의료와 가정의학과 의료진들이 내시경을 하면서 조기진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 원장은 “생존율 향상은 국립암센터 한 기관만이 잘 해서 이룩한 결과는 아니지만 우리가 견인한 효과는 있다고 본다”며 “믿을만한 암 통계 내기를 시작하면서 체계적인 암 치료 접근을 준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 R&D비용 전세계 10위지만 암 영역 투자 적어
이처럼 과거 대비 성장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까지 과제는 많다는 지적이다.
서 원장은 “암 연구는 예방·조기진단·치료·완화의료 등 모든 범위에서 다 필요하다. 우리나라 R&D 비용이 전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암 치료 부문에 있어서는 뒤처져 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근래들어 혁신적이면서 초고가인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국내 허가·보험 적용 절차를 밟고 있다.
서 원장은 “신약과 새로운 치료기술은 아직까지 해외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타국이 개발하길 기다려 치료하지 말고 우리도 자체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취지로 그는 지난해 취임 후 암 연구비 예산 증액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을 추진했지만 탈락했다. 올해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서 원장은 “보건복지부 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장하는 연구비가 꽤 많다. 활발한 암 연구사업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가암데이터센터로서 세계 최고 ‘암 빅데이터’ 구축 추진
비록 연구비 증액은 한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신사업 추진에 계속해서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하반기 국가암데이터센터로 선정됐다. 이에 법적 근거를 가지고 오는 2025년까지 본격적으로 암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국립암센터 내원객 약 50만명 가량 데이터 등 다양한 연구자원을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세부적으로는 임상데이터·다중유전체 데이터·이미징데이터·퍼블릭데이터 등을 구축한다.
서 원장은 “우리나라 보건의료데이터 장점은 단일 의료보험 조합을 가지고 있어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호환이 쉽다는 것”이라며 “건강보험공단에서 모든 치료 자료를 가지고 있어 빅데이터 구축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까지 데이터 과학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등 인력 수급은 요원하다.
서 원장은 “암데이터센터 인원 충원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인력과 같은 연료만 충전한다면 속도를 내 세계 최고 암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